
영국 보안국(MI5)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중국발 안보 위협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내놨다. 그런 가운데, 중국 스파이 피의자가 ‘증거불충분’ 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아 영국 내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켄 매캘럼 영국 보안국 국장은 이날 한 연설에서 "중국 국가 행위자들이 영국에 대해 국가 안보 위협을 제기하는가? 당연히 그렇다. 매일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캘럼 국장은 지난주에도 중국 간첩 행위가 적발돼 이에 개입했다면서 중국발 안보 위협은 사이버 첩보 활동, 기밀 기술 도둑질, 공공에 대한 간섭 등이라고 설명했다.
MI5는 앞서 이달 13일에도 공직자들에게 보낸 지침에서 "영국은 러시아와 중국, 이란으로부터 장기간 전략적인 외부 간섭과 간첩 활동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에 해를 끼치려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한 외신은 중국이 장기간 영국 정부의 서버의 기밀 정보를 해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간 더타임스는 중국이 수년간에 걸쳐 방대한 양의 민감한 기밀 정보를 취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보리스 존슨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도미닉 커밍스를 취재한 내용으로, '벙커'로 불리는 총리실 안보실에 안보 침해가 발생했고 최고 등급의 기밀까지도 유출됐지만 2020년 존슨 당시 총리가 이를 보고받고도 은폐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도미닉은 "극비로 분류됐고 다른 외국 기관이 통제하면 극도로 위험한 비밀 자료가 방대한 양으로 영향을 받았다"며 "정보기관발 자료 등 정부가 기밀을 유지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단히 심각한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해커들이 최소 10년에 걸쳐 영국 정부 서버에 있는 중간 또는 낮은 수준의 기밀 정보에 일상적으로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전직 고위 안보 관리들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노출된 정보에는 '공무상 민감', '기밀'로 표시된 자료나 정부 보안망에 있는 자료도 있다. 정부 정책 수립 과정이나 비공개 통신, 외교 채널에 관한 기밀 정보도 포함됐다고 한다.
아울러 최근 영국에서는 중국 스파이 피의자가 불기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왕립검찰청(CPS)은 지난달 적에게 이로울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해 전달한 혐의로 조사하던 전직 의회 연구원 크리스 캐시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스타머 정부가 중국과 경제 관계 개선을 위해 '영국 정부는 중국을 국가 안보상 위협으로 여긴다'는 핵심 증언을 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총리실은 15일 매슈 콜린스 국가안보부보좌관의 진술서 여러 건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정부는 중국과 긍정적 경제 관계를 추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언급도 있지만 "중국의 첩보 작전이 영국의 경제적 번영과 회복, 우리 민주주의 제도의 온전성을 위협한다", "(중국은)영국의 경제 안보에 국가 기반으로 최대 위협"과 같은 내용도 담겼다.
매캘럼 국장은 이날 연설에서 불기소 처분에 대해 실망했다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이 있다고 판단될 때 유죄 판결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에서 오는 위협이든 (MI5는) 물러서지 않고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보도와 주장이 잇따르자 영국 내각부 대변인은 "가장 민감한 정부 정보를 전송하는 시스템이 침해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어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낸 성명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순전한 날조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당사자들에게 중국을 문제 삼고 반중 선전을 하며 중국·영국 관계 저해를 그만두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