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화나고 불쾌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동에서 한 말이다. 과거 아르헨티나 좌파 정부와 중국의 군사 협력을 거론하며 중국 견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군사 협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그런 일이 진행 중이라면 매우 화나고 불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전했다. 회동에 배석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문제는 중국의 우주관측시설, 항만, 군사기지 등”이라며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중국 인공위성 관측소를 직접 지목했다.
이 관측소는 2014년 아르헨티나 좌파 정권이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가 중국에 50년간 사용권을 넘긴 부지에 설립됐다. 관측소의 표면상 목적은 2020년 중국 달 탐사계획 일부로, 중국의 무인 위성들을 추적하기 위함이었다. 설비 승인 대가로 아르헨티나는 안테나 사용시간의 10%를 할당받아 독자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실제로는 중국군이 단독 통제하며 아르헨티나 정부조차 출입할 수 없는 상태다. 미국은 중국이 이 관측소를 거점으로 통신 감청과 위성 추적 능력을 강화할 경우, 미군의 국제 정보망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아르헨티나가 우파 정권일 경우에 한해서만 당근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레이가 (이번달 총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이) 함께하겠지만, 패배하면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며 “밀레이는 아르헨티나를 좌파의 혼란에서 구하려는 ‘아르헨티나판 마가(MAGA)’ 대통령”이라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달 26일 상원 의원 24명(전체 72명 중 3분의1)과 하원 의원 127명(전체 257명 중 절반)을 선출하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임기(4년) 절반을 지나는 밀레이 대통령에겐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로 주목된다. 최근 밀레이 대통령은 실업률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에 따른 경제난과 부패 혐의 의혹 등 난관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지난 8월 지지율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40% 대로 떨어졌고, 지난달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선 여당이 참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아르헨티나 국채와 페소화 가치는 급락하며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초래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대통령 발언은 2027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현지 언론은 “미국의 지원이 사실상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