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아기와 갇혔다가 탈출···목 등 크게 다쳐
홍콩 내 필리핀 노동자들 사이서 ‘영웅’ 떠올라

최소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홍콩 화재 참사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3개월 된 아기를 살린 사연이 전해졌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의 로도라 알카라즈(27)는 지난달 25일 홍콩에 도착해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웡 푹 코트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했다.
그는 출근 이틀째인 지난달 26일 어마어마한 불길 속 놓이게 됐다. 홍콩에서 77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화재 참사 피해자가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집의 집주인 여성과 3개월 된 아기와 함께 3시간가량 화마가 뒤덮은 아파트에 갇혔다. 알카라즈는 젖은 담요로 아기를 감싸 안은 채로 불길 속에서 탈출했고 아이는 크게 다친 곳 없이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카라즈는 구조대에 이송될 당시 의식을 잃은 상태였으며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목 부위 등을 크게 다쳐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 없으며 굳은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는 심각한 상태다. 그는 “화재 연기가 목 안에서 마치 독처럼 타고 내려갔다”고 지인들에게 설명했다.
함께 있었던 집주인 여성도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카라즈는 10대 남동생이 대학을 마치기 위한 돈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갖고 낯선 타국 땅을 밟았다. 그의 남동생은 누나가 어린 동생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전에는 카타르에서도 몇 년간 일한 적 있다고 전했다.
고향에는 다섯 살배기 자녀도 있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홍콩에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과 필리핀 현지에서 그가 영웅으로 떠오르며 유명해졌다고 SCMP는 보도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기준 159명이며, 이 중에서 신원이 확인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10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홍콩 당국은 이번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유가족들에게 총 80만홍콩달러(약 1억5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