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출산율 반등 소식에 ‘화색’…“락토프리 시장 커지나”

2025-01-02

입력 2025.01.03 07:32 수정 2025.01.03 07:3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초저출산 시대 진입…성장 가능성 열려

본업 경쟁력에 본격 속도…신사업에도 ‘힘’

유업계가 모처럼 찾아온 출산율 반등 소식에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초저출산 시대에 진입하면서 생존에 골몰해 왔으나 흰우유에 대한 성장 가능성이 열리면서다. 업계는 다시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신사업을 통해 빠르게 미래를 대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0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출생아가 1년 전보다 13% 넘게 늘면서 14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내리막을 걷던 연간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8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사상 최저인 0.72명까지 떨어졌다. 올초 통계청은 2024년 합계출산율이 0.68명을 기록해 작년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과 0.71명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으로 35개 분기 만에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최근엔 출생아 수 증가가 ‘깜짝 반등’이 아니라 ‘추세’로 굳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판단을 하고있다. 그동안 저출산과 인구 감소를 비롯해 FTA 체결로 해외 선진국들의 유가공품과 경쟁하게 되면서 생존에 대한 고민이 깊었으나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먹거리 역시 늘면서 우유 소비가 급감했으나 기대를 높이는 모습이다.

유업계는 최근 흰우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품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우유를 마시고 배앓이 등 불편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유당분해우유(락토프리)를 둘러싼 경쟁이 대표적이다. 매일유업이 주도권을 쥔 락토프리 시장에 최근에는 신규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실제로 hy는 지난 11월 신제품 ‘내추럴플랜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출시해 락토프리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1급A 원유를 사용했다. 배앓이를 일으키는 우유 속 유당은 효소 처리를 통해 분해했다. 원유에 녹아 있는 산소를 제거해 우유 본연의 맛을 살리는 특허 공법도 적용했다.

발효유 강자로 꼽히는 hy가 뒤늦게 락토프리 우유 제품을 내놓은 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 306억원이던 락토프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87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앞서 서울우유 역시 지난 4월 ‘A2+(플러스)’ 우유를 론칭하며 흰우유 시장 판도를 프리미엄으로 바꿔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우유소비 정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고품질로 소비자 인식을 전환해보겠다는 나름의 승부수로 분석된다.

문 조합장은 신사업 투자보다는 A2+우유를 론칭하면서 본업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을 택했다. A2우유는 우유 소화가 힘든 유당불내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A1 단백질 대신에 A2 단백질로 만든 우유다. 즉 소화하기 쉬운 우유다.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우유 론칭에 그치지 않고 2030년까지 A2 원유 비율을 100% 교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올 연말까지 일평균 약 1900t의 원유 중 3%인 50t을 A2우유로 생산한다. 이후 점진적으로 늘려 모든 목장에서 A2 원유를 생산해 A2우유로 전환할 예정이다.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은 지난 4월 간담회에서 “서울우유가 걸어온 길이 대한민국 낙농과 우유의 역사였다”며 “좋은 원유를 더 좋게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A2+ 우유가 세상에 나오게 됐고 A2 우유로의 전면 전환을 통해 또 한 걸음 앞서 가겠다”고 말했다.

유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2005년 ‘소화가 잘되는 우유’로 락토프리 시장의 문을 처음 열었다. 매일유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세 필터로 유당만 제거하는 공법을 적용한다. 매일유업의 락토프리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유업계는 흰우유 소비와 함께 안정적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신규 수익창출을 위해 성장세가 높은 디저트 시장 공략을 위해 관련 제품을 출시하거나, 자사 제품을 활용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남아도는 원유를 활용해 치즈·요거트·컵 커피 등 다양한 고수익 제품 출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고급치즈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컵 커피를 출시 등을 통해 MZ세대가 자주 찾는 편의점 채널을 공략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반 우유를 마셨을 때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복통, 설사 등의 불편한 증상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락토프리 우유를 찾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락토프리 우유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멸균제품뿐만 아니라 저지방우유를 비롯해서 초콜릿, 바나나 우유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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