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이라 버릇없다? 그의 눈에 비친 중국 젊은 세대는 "애늙은이"[BOOK]

2024-11-08

젊은 인민의 초상

피터 헤슬러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글항아리

저자 피터 헤슬러는 2019년 중국 학생들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동성 결혼은 합법화되어야 할까? 그는 이것이 지나치게 예민한 주제가 아닐까 염려했다. 그러나 결과는 79% 찬성. 예민은커녕 논쟁거리도 아님이 밝혀진다. 그는 이 ‘시진핑 세대(Generation Xi)’의 부모뻘인 자신의 옛 제자들, 1970년대에 태어난 ‘개혁 개방 세대’에게도 같은 설문을 돌렸다. 이번엔 84%가 반대. 지난 40년간 급속하게 변화해 온 나라에서 이 두 세대는 전혀 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저자는 1969년생 미국인이다. 1996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중국에 발을 들여 강변 도시 푸링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첫 책 『리버 타운-양쯔강에서 보낸 2년』(2001)은 현대 중국에 관한 걸작 논픽션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2019년 중국 청두로 돌아가 2년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쳤다. 그 결과가 이 책이다. 원제는 ‘다른 강들-중국의 교육(Other Rivers: A Chinese Education).’ 첫 책 『리버 타운』의 후속작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교육’이라는 부제의 뜻은 끝에 밝혀진다.

저자가 새로운 세대를 묘사할 때면, 20년 전에 가르쳤던 학생들의 인생 역정이 같이 환기되고 비교된다. 이것은 평범한 취재로 될 일이 아니다. 저자처럼 20년 전 제자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관계를 쌓아 올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이 책에서 이런 시간의 깊이가 만들어 내는 감정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와 과거가 같이 가는 기조는 책 중간에 중단되고 만다. 코로나19라는 대사건 때문이다.

중국의 젊은 세대에 관해서는 몇 가지 고정관념이 형성되어 있다. 언론 통제와 사상 교육 강화로 열렬한 민족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거나 외동이라 버릇이 없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에서 현대판 홍위병처럼 구는 청년들을 소분홍(小粉紅)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소분홍이라는 게 있다는 건 알지만 학생 중에서 그런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고 고백한다. 접해 본 학생들은 소황제(小皇帝)는커녕 버릇없는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는 사실이다. 그러나 무의미하기도 하다. 인터넷 장벽을 우회하게 해주는 VPN은 공공연히 사용되며, 대학은 아예 VPN 구독권을 강사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하니 말이다(그게 없으면 연구가 불가능하다). 저자는 중국 체제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단지 실생활의 양상은 말해지는 것과 조금 다르다고 알려줄 뿐이다.

그러나 이 반복되는 ‘있다는 건 알지만’, ‘그건 사실이지만’에 저자의 약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중국 공산당이 그어 놓은 선을 잘 알고 가까이 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런 조심성에도 불구하고 강의 중 그가 한 말을 인터넷에 올려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학생이 나타난다. 저자는 그 학생의 정체를 끝내 알아내지 못한다. 2년을 채울 무렵 대학은 저자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통보한다.

어느 날 저자는 학생들에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를 고르라고 했다. 표를 가장 많이 얻은 건 냉소적인 방관자 벤저민 영감이었다. 저자는 이 세대의 특성을 “애늙은이”라는 말로 요약한다. 그들은 이 체제를 좋아하지 않지만 도전할 수 없고 대안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관심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은 위험을 회피한다.” 애늙은이 같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등장하는, 수강 신청에는 실패했으나 꼭 청강하고 싶다고 한 학생이다. 남달리 진취적이었던 그녀는 책 종반에 금지된 주제의 취재에 나섰다가 결국 불려 가 조사받고 나온다. 그녀가 편지를 보내온다. 자신이 그때 울었고 조금 현실적이 되었으며, 성장한 것 같다고. 그게 ‘중국의 교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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