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여자축구연맹이 회장을 다시 선출한다. 선거는 오는 6일 열린다. 선거인은 단체 임원,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총 80명이다. 선거장으로 가서 투표하는 직접 투표다. 기호순으로 권종철 피파스포츠 대표(62). 양명석 전 대구시축구협회장(60),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67)이 출마했다.
권종철 후보는 심판 출신이다. 국제심판,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 강사 및 심판 감독관으로 오래 활동했다. 2020년에는 경기도 고양특례시축구협회장으로 당선됐다. 권 후보는 아디다스, 조마, 켈미 등을 유통하면서 연간 매출 200억원 정도를 올리고 있다. 권 후보는 △여자코리아컵 개최 △여자축구 스포츠토토 도입 추진 △오규상배 대회 신설 △자문위원회·후원위원회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양 후보는 10년 안팎 어려움을 겪는 어린 여자선수들에게 장학금 등을 주면서 묵묵히 후원했다. 어느 정도 자금력도 갖췄고 지난 4년 동안 대구광역시축구협회를 이끌며 행정 경험도 쌓았다. △유소녀 육성 프로젝트 실시 △여자대학리그 운영 △여자실업리그 강화 △여자축구인 전문성·국제적 역량 강화 등이 주요 공약이다. 양 후보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많은 소규모 스폰서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정해성 후보는 3명 중 가장 유명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4강행을 이끌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도 수석코치로 16강에 이바지했다. 이후 한국, 베트남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고 최근에는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 심판위원장, 전력강화위원장을 지냈다.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때 한국 선수단장이었다. △여자축구연맹 개편 △여자실업축구운영 개선 △초중고대회 증가 △심판·지도자·은퇴 선수 지원책 등으로 약속했다.
현재 국내 여자축구는 위기에 처해 있다. 실업리그팀이 8개뿐인데 이마저 위태롭다. 실업리그도 굵직한 후원사가 없는 데다, 지방자치단체 지원금과 체육진흥기금 등으로 연명하는 형국이다. 현대제철 등 소수 구단 이외 다수 구단들은 행정력이 약하다. 컨트롤타워 노릇을 해야 하는 여자연맹도 역량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데다, 여자축구를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또 여자축구계는 여자축구와 관계를 맺지 않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짙다. 한 여자축구계 관계자는 “지금 여자축구계 수장이 되려면 든든한 자금력, 지속적인 참을성, 좌고우면하지 않는 진정성을 모두 갖춰야한다”며 “여자축구를 이용해 자리를 얻거나 돈을 벌거려는 마음, 갈 곳이 없어서 한번 찔러보는 자세로는 회장으로서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