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이 애플이 아이폰 등에 탑재된 음성 비서 시리(siri)를 통해 사용자 개인정보를 몰래 수집했다는 논란에 대해 “상황 파악 단계”라고 말했다. 향후 개인정보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애플 ‘시리 엿듣기’ 사건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고 위원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애플 ‘시리 엿듣기’ 사건에 대해 “미국에서 먼저 언론보도가 있던 것을 계기로 우리 개인정보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미국에서 진행된 시리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과 관련해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거액의 예비 합의금을 제시하자, 국내에서도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당 소송 청구인들은 음성을 통해 시리를 불러내지 않았음에도 시리가 몰래 활성화돼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엿들었으며, 일부 대화 내용은 광고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에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사실 관계 확인 중”이라며 “필요 시 애플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은 “(애플 시리 엿듣기 의혹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단계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는 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식적인 조사 사건으로 전환될 것인지, 혹은 사전 실태 점검으로 갈 것인지, 혹은 제3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 등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올해 ‘안전한 개인정보, 신뢰받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비전으로 삼고 주요 정책 추진 계획도 발표했다. 개인정보위는 올해 ‘AI 시대’에 부응하는 개인정보 법제를 정비하는 한편 강화된 AI·데이터 정책을 추진하고,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에 선제 대응할 예정이다.
고 위원장은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앞에서 진행된 올해 업무 보고에서 화두를 ‘AI’라고 말씀드렸다”며 “올해 AI 시대가 더 본격화되고 일상으로 들어오는 시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지난해 마련한 기반을 갈고 닦아 현장에서 해법을 찾아내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9월 열리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를 계기로 한국에서 개인정보 영역의 글로벌 리더십이 모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와 함께 딥페이크 등 AI 기술의 오남용·부작용 들을 해결하기 위한 법을 정리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