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평택항 산재사망 청년 동료들, ‘동방’과 묵시적 근로관계”

2025-02-10

2021년 4월 평택항 항만물류회사 ‘동방’ 사업장에서 일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사망 당시 23세)와 함께 일하던 이씨 아버지와 이주노동자들이 동방 노동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동방과 인력공급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동방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한 만큼 노동자들과 동방 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자공급사업을 할 수 없는 직업소개소가 불법적으로 사람장사(중간착취)를 하는 관행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는 지난 6일 이씨 아버지 이재훈씨와 이주노동자 4명이 동방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들은 2017년부터 동방과 인력공급계약을 맺어온 직업소개소 ‘우리인력’을 통해 평택항 동방 사업장에서 동방 지시에 따라 컨테이너 수리·청소, 동식물 검역 등의 업무를 해왔다. 우리인력은 인력공급계약에서 정한 일당 중 알선수수료, 식대를 공제한 금액을 노동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했다.

이선호씨 산재 사망사고 이후 우리인력을 통해 동방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근로관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파견사업주인 우리인력이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맺은 뒤 사용사업주인 동방에 이들을 파견했다고 봤다. 무허가 파견 혐의로 기소된 우리인력·동방은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 등 5명은 근로계약 상대방이 우리인력이 아니라 동방인 만큼 동방 노동자로서 받아야 할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동방이 노동부 장관 허가 없이 근로자공급사업을 한 우리인력과 맺은 인력공급계약은 무효이므로 동방 지휘·감독을 받고 동방 사업장에서 일한 자신들과 동방 사이엔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직업안정법은 누구든지 노동부 장관 허가 없이는 근로자공급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주체는 노동조합뿐이다.

재판부는 노동자들과 동방 간 관계를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로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우리인력과 동방 사이의 인력공급계약에 의해 동방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우리인력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인력은 원고들과 동방 사이에서 업무수행의 독자성 등을 갖추지 못한 채 동방의 일부 역할을 대행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동방이 종속적 관계에 있는 원고들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 지급을 실직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씨 등 5명은 약 3500만~4000만원의 임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변호사)는 “지역 산업단지 중심으로 불법 근로자공급을 통한 중간착취가 만연한 만큼 전반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며 “이런 사례들을 불법파견으로 잘못 다룰 경우 업체와 업체 간 관계로 초점이 좁혀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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