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튀긴 돈가스는 왜 ‘바사삭’ 소리가 안 날까

2025-03-01

프리미엄급 품질의 두툼한 돼지고기를 잘 손질한 뒤 마트에서 사온 빵가루를 꼼꼼히 입혀 깨끗한 기름에 정성껏 튀겨낸다. 온도계까지 사용해 튀김 기름의 적절한 온도와 시간까지 완벽하게 맞췄다. 그리고 한 입! 돈가스 전문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대했던 바삭한 식감과는 거리가 멀다. 왜지?

답은 빵가루다. 보통 가정에서 돈가스를 만들 때 고기나 기름의 품질에 대해선 신경 쓰지만 상대적으로 빵가루에 관한 관심은 덜한 편이다. 돈가스의 바삭함을 좌우하는 것은 빵가루다.

일반적인 돈가스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바삭한 식감의 돈가스는 튀김옷으로 ‘습식’ 빵가루를 쓴다.

습식 빵가루가 품고 있는 수분이 기름에 튀겨질 때 증발하면서 공기 구멍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삭함을 더하는 과학적 원리다.

빵가루는 크게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습식은 말 그대로 수분이 함유되어 촉촉하고 부드럽다. 건식은 만졌을 때 까슬까슬하고 메말랐다. 만지지 않고 생김새만 봐도 구분이 된다. 습식 빵가루의 입자는 길쭉하고 굵다. 건식은 모래알 같은 작은 알갱이 모양이다.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건식 빵가루다. 대형 마트 매대에 놓여 있는 제품들로, 잘 알려진 유명 대기업 제품들이 많다. 수분을 함유한 습식 빵가루는 냉동상태로 유통·보관되는데 일반 마트에서는 잘 판매하지 않는다. 전문식당에서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포장도 ㎏ 단위의 대용량인 경우가 많다. 독일빵가루, 신일빵가루 등이 대표적인 습식 빵가루 브랜드다.

돈가스 전문점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은 습식 빵가루지만 매장에 따라 고유의 결과 식감의 차이를 위해 습식과 건식 빵가루를 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또 직접 만든 빵으로 빵가루를 만들어 맛의 차이를 내세우는 곳들도 있다. 서울 서초동의 가츠오는 매장 내에 식빵을 만들어 숙성하는 시설을 설치해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같은 고기를 습식, 건식 빵가루로 튀겼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달 초 일산에 문을 연 올인카츠 윤세준 대표의 도움으로 비교해봤다.

튀겨낸 돈가스는 어떤 빵가루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외양에서 구분된다. 습식 빵가루를 사용한 돈가스는 길쭉한 빵가루의 입자 때문에 삐죽삐죽 일어난 모양인 반면 건식 빵가루를 입힌 돈가스는 고르고 부드러운 튀김옷을 입은 모양이다. 습식 빵가루로 튀긴 돈가스를 입안에 넣자 ‘바사삭’하고 튀김옷이 부서지는 느낌과 함께 고기의 육즙이 흘렀다. ‘겉바속촉’이다. 건식 빵가루를 사용한 돈가스는 확실히 바삭함이 덜했고 다소 까슬까슬한 식감이 입안에 남았다.

윤 대표는 “튀긴 뒤 고기를 자를 때도 습식 빵가루를 사용한 돈가스는 부드럽게 칼이 들어가지만 건식 빵가루를 사용한 돈가스는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대용량 습식 빵가루를 사서 쓰긴 부담스럽다. 돈가스 전문점 맛을 비슷하게 내고 싶다면 직접 빵가루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시판용 식빵을 분쇄기나 믹서에 갈아서 사용하면 된다. 만져봤을 때 건조한 상태라면 분무기를 이용해 촉촉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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