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응용 기술 확보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최근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과 신기술 개발도 추진하는 등 그동안 해킹 사고 여파로 속도를 내지 못했던 AI 사업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4일 SK텔레콤의 영업 정상화를 기점으로 하반기 이동통신 업계의 AI 신사업 경쟁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MIT 교수진과 ‘배터리·반도체 응용을 위한 다중 에어전트(비서) 대형언어모델(LLM)’을 주제로 조만간 공동 연구를 시작한다. 올해 2월 MIT 주도로 SK텔레콤·오픈AI·코카콜라 등이 모여 출범한 산학협력 기구 ‘MIT 생성형AI 임팩트 컨소시엄’ 협력의 일환이다. 컨소시엄은 최근 SK텔레콤 지원 과제를 포함한 55건을 선정했다.
SK텔레콤은 배터리·반도체 분야 소재와 공정을 개선하는 등 실제 산업현장에 응용 가능한 AI 기술을 연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력 산업 분야에 AI를 공급해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올 초 컨소시엄 발족 소식을 알리면서도 “제조 AI 등 차세대 AI 분야를 연구과제 우선순위로 두고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방침”이라며 “제조 AI 분야에서는 사용자 입력에 따라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형 AI와 AI 물성 예측을 주요 연구과제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를 포함해 최근 그룹 차원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공동 추진 중인 7조 원 규모의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맡았고 자체 모델 ‘에이닷엑스(A.X) 4.0’과 유료 서비스 ‘에이닷 비즈’도 하반기 출시를 준비하는 등 AI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AI 사업은 4월 발생한 해킹 사고 여파로 관련 조직들의 보고가 미뤄지는 등 덩달아 차질을 빚었지만 이날 영업이 재개되며 함께 전열을 재정비한 것이다.
이에 하반기 통신업계의 AI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2조 4000억 원 규모 협력의 첫 결실로 한국형 AI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담조직 ‘AX 딜리버리 전문센터’로 출범하며 고객사 모집에 나선 상태다. 미국 AI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와도 협력을 강화 중이다. LG유플러스도 파주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이어 LG AI연구원과 손잡고 추론형과 온디바이스(내장형) 등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익시오’의 유료 버전도 연내 나온다.
경쟁 배경에는 새 정부 출범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 3강 도약’을 1호 공약으로 내건 데다 간 AI 전문가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관련 지원 확대를 예고했다. 대표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월드 베스트(세계 최고) LLM’과 ‘국가AI컴퓨팅센터’ 등 정부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통신사들도 대규모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로 유력 사업자로 기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 베스트 LLM 같은 굵직한 정부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참여하려면) AI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 영업 재개에 맞춰 통신시장 경쟁도 불붙었다. 해킹 사고로 SK텔레콤 가입자 50만여 명이 이탈한 가운데 이동통신 3사는 최신 스마트폰에 최고 110만 원 안팎의 판매장려금을 내걸며 가입자 유치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