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해군 현대화의 상징으로 통하는 호위함 ‘호세리살함’은 HD현대(267250)가 필리핀 정부에 납품한 첫 군함이자 10년간 지속된 신뢰 관계의 시작이다. HD현대가 2016년 필리핀 해군으로부터 수주한 호세리살함은 기존 일정 대로라면 2020년 예정된 환태평양 다국적 해상 훈련에서 필리핀 해군 전력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HD현대가 납기를 4개월이나 앞당긴 덕분에 필리핀 해군은 호세리살함을 훈련에 투입, 전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필리핀 정부는 이후 이례적으로 HD현대에 직접 편지를 보내 호세리살함의 조기 인도와 우수한 품질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호세리살함을 신호탄으로 HD현대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잇따라 함정을 수주하며 해군 현대화를 위한 ‘호라이즌’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필리핀 정부는 호위함(2척)에 이어 초계함(2척), 원해경비함(6척) 등 총 10척을 HD현대에 의뢰했고 올해까지 5척이 차질 없이 인도됐다. 한국산 군함 도입이 늘어난 필리핀 현지에서 기술력을 요구하는 유지·정비·보수(MRO)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HD현대는 마닐라에 특수선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마련하고 최적화된 기술과 보증 수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총력 지원에 나섰다.
HD현대는 오랜 기간 쌓아올린 필리핀 정부 및 지역사회와의 끈끈한 신뢰 관계에 기반해 이달 초 HD현대필리핀조선소를 성공적으로 개소했다. 필리핀 정부는 HD현대가 수비크 경제자유구역에서 부지를 임대하고 조선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행정 및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줬다. HD현대필리핀조선소 개소식을 직접 찾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HD현대의 조선소 설립을 ‘필리핀 조선업 재건의 첫걸음’으로 평가하며 조선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기대감을 드러냈다. HD현대는 조선소를 설립하기 이전인 2022년부터 수비크 야드 내 군수지원센터를 설치해 필리핀 해군이 인도한 함정들의 정비 활동을 지원해왔다.
HD현대는 HD현대필리핀조선소를 HD현대베트남조선소와 함께 동남아시아 상선 건조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미 해군의 주요 기지였던 수비크만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항로에 위치해 선박 건조와 해양 물류에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HD현대필리핀조선소를 활용해 건조 선종을 다양화하고 국내 건조로는 경쟁이 힘든 일부 선종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벌크선과 유조선 등 탱커 시장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조선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HD현대필리핀조선소 인력은 현재 1000명에 달하는데 그간 HD현대가 국내 전문가들과 기술 협력에 공을 들여온 만큼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베트남조선소와 DH현대필리핀조선소를 활용, 생산 능력을 확충해 중국이 장악한 일반 상선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