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 수사·기소 분리’에 검찰 내부서 잇따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전고검의 한 검사가 ‘수사·기소 분리’ 방안이 수사와 예심을 구별하지 못한 개념 혼동에서 비롯됐다며 현 소송구조에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갖게되면 행정권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검 소속 김성훈 검사(53·사법연수원 29기)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개념의 혼동이 불러온 파국’이라는 글을 올려 ‘검찰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소송구조에 대한 이해부족과 번역상의 오류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륙법계의 ‘소추·수사 기능의 분리 원칙에서 ‘수사’는 수사기관이 수행하는 수사가 아니라 예심판사가 주재하는 심리. 즉 예심재판을 의미한다”며 “재판 전 기소까지 절차는 검사가 주재하고 기소 후 예심재판은 예심판사가 주재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1954년 형소법을 제정하면서 예심제도를 폐지하고 검사가 수사의 형식으로 예심심리의 기능을 수행한다”며 “여기서 수사와 예심심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개념적인 혼동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중수청에 부여하려는 입법시도 역시 이런 개념 혼동의 사례”라며 “실질적 의미는 수사권과 재판권(예심심리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재판권은 사법권이고 일반 행정기관인 중수청에 사법권을 부여하는 법률은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검사는 “영미법계에서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므로 한국에서도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오해”라며 “영미는 지금도 한 번의 수사와 예심과 공판, 두 번의 재판을 거치기에 기소도 두 번 한다. 영미에서 수사기관이 담당하는 수사는 예심재판 개시 전에 수행되는 수사”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예심절차를 폐지하고 검사에게 그 기능과 권한이 부여됐다. 한국에서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예심재판의 수사가 분리된다. 그 결과 행정기관인 경찰이나 중수청 수사관이 독자적으로 구속된 피의자를 신문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영미법 관점에서 보면 공개된 법정에서 판사도 피의자를 신문하지 못하는데 비공개 조사실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해 증거를 생산하는 ‘괴물같은’ 제도가 탄생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검사는 “한국의 소송구조에서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수사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준사법기관으로서 예심기능을 수행한다. 수사기관인 검사가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겸하다보니 예심권한을 수사기관에 부여한 (고유한)수사권이라고 혼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0년 한국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경찰에게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했고 그 수사권에는 실질적 사법작용이 예심적 수사권도 포함된다”며 “헌법상 사법권은 법원에 부여돼 있으므로 이런 입법을 하려면 먼저 ‘경찰의 준사법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경찰의 사법권 행사를 규정한 헌법 규정이 있는지’ 등의 문제해결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