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울컥 “5·18 세계에 알려줘 고마워”

2024-10-11

고등학교 1학년 문재학 열사가 실제 주인공

한강 “압도적 고통, 소설 쓰며 매일 울었다”

“사람들이 다 알아야지 우리만 알면 쓴대요. 이제는 세계가 다 5·18을 알겠지요.”

김길자씨(85)는 11일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김씨는 한강의 소설 <소년의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문재학은 항쟁의 중심지였던 옛 전남도청에서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진압작전으로 사망했다. 그는 5·18 당시 전남도청에서 사상자들을 돌보고 유족들을 안내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공개한 사진에는 1980년 5월27일 오전 7시50분쯤 옛 전남도청 경찰국 2층 복도에 흥건히 피를 흘리며 쓰러진 교련복을 입은 소년 두 명이 있었다. 같은 고등학교 친구였던 문재학과 안종필이었다.

소설가 한강은 2014년 문재학의 이야기를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로 그려냈다. 소설 속 주인공 동호가 문재학 열사다.

한강은 이 소설을 쓸 당시에 대해 KBS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고통’이었던 것 같아요. 압도적인 고통. 이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거의 매일 울었어요”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소년이 온다>에 대해 “1980년 한국군이 자행한 학살 사건에서 살해된 인물,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 책은 이 사건을 잔혹한 현실화로 직면함으로써 증인문학의 장르에 접근한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당시에는 ‘소설가가 왜 재학이 이야기를 물어 본다냐’ 라고 생각했다”면서 “어제저녁에 노벨상을 받는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5·18민주화운동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씨는 “나는 재학이를 잊지 않으려고, 세상이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살아왔다”면서 “평생 내가 못해낸 일을 소설가 한 분이 하셨다. 이제는 세계의 많은 사람이 5·18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사회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강은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에 “노벨문학상에 한강 작가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 대단하다. 가슴이 뜨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페이스북에 “2000년김대중 대통령님의 노벨평화상에 이은 우리 고장 출신의 두 번째 쾌거”라며 “우리 고장 출신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여주신 한강 작가님께 깊은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김 지사는 “이번 수상은 한국문학의 깊이와 수준이 세계적 수준임을 확인시켜준 역사적 쾌거”라며 “전남도는 앞으로 우리의 감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힘껏 뒷받침하면서 K-문학을 선도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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