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진화 과정에서 오히려 뇌 기능이 퇴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사우스차이나포스트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대 인류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미국의 공동 연구팀은 초기 각룡류(뿔 공룡·케라톱시안)가 1억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지능과 청각, 후각 능력이 모두 퇴화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 10월 고생물학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공룡 두개골 화석을 CT촬영해 뇌 용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초기 각룡류는 현존하는 파충류보다도 큰 뇌를 가졌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뇌 크기가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펑루 중국지질대 부교수는 "각룡류가 대형화되면서 포식자의 공격에 대비한 갑옷 같은 방어 기능이 발달했다"며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들면서 후각과 청각 등 감각 기능이 퇴화했다"고 설명했다.
각룡류는 쥐라기와 백악기에 살았던 초식공룡이다. 초기엔 1~2m 크기로 두 발로 걸었지만, 1억년 뒤인 후기엔 9m까지 자라 티라노사우루스와 맞설 수 있는 트리케라톱스로 진화했다.
연구진은 현대 동물을 예로 들며 "사자처럼 무리 생활을 하는 육식동물은 사회적 협력과 사냥을 위해 높은 지능이 필요하지만, 들소나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은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 부교수는 "인류도 기계화와 인공지능 발달로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룡은 진화를 통제할 수 없었지만, 인류는 고도화된 두뇌로 행동과 선택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 사회에 적응한 인류가 정글이나 사바나로 돌아가긴 어렵겠지만, 진화 과정에서 감각과 능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갑자기 기술 없이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적응이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