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 최저치 ‘슈퍼 엔저’에 한국 수출에도 경고등

2024-06-30

1달러에 160엔을 넘어서는 엔저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국내 수출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이 싸지면서 일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8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161.2엔에 거래되면서 엔화 가치가 3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달러 가격이 강세다 보니 원화도 상대적으론 약세를 보이지만, 엔화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다. 이 때문에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00엔은 855.6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2008년 1월10일(855.47원) 이후 16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합도 큰 일본…석유ㆍ자동차 수출 위협

엔저 심화는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끼쳐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포인트 내리면 한국의 수출가격은 0.41%포인트, 수출물량은 0.2%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산했다. 시장에서 일본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봐서다. 특히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한국과 수출경합도가 가장 큰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 산업 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유사하기 때문이다.

산업마다 엔저가 미치는 영향엔 차이가 난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한·일 수출경합도를 보면 2022년 전 산업 경합도는 0.458로 나타났는데, 석유제품의 경우 0.827에 달했다. 5년 전과 비교해 전체 산업에서의 수출경합도는 소폭 하락(0.463→0.458)했지만, 석유제품은 2017년(0.814)보다 경합도가 올라갔다. 자동차·부품의 수출경합도가 0.658로 뒤를 이었고, 선박(0.653), 기계류(0.576) 순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 비중이 많다는 의미다.

수입 시장의 경우 엔저를 등에 업은 철강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국내 철강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가격을, 일본은 품질을 내세우는 게 기존 구도였다면 엔저로 인해 일본까지 가격경쟁력이 높아져서다. 실제 지난해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은 각각 873만t, 561만t으로 전년보다 29.2%, 3.1%씩 늘면서 전체 수입량에서 두 국가 차지하는 비중이 92%에 달했다.

무조건 악영향 아냐 “10년 새 경합 완화”

다만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무조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간재의 일본 수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격 역시 하락한 만큼 대미 수출량이 많은 기업은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조선업계는 선박을 인도하는 시점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 체결 시점보다 달러 가격이 오른 만큼의 환차익을 추가로 얻게 된다.

국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엔저의 효과도 과거만큼 크지 않다. 강내영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엔화 환율 변동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엔저로 인한 우리 수출의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반도체 등 일본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품목은 엔화 변동으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한ㆍ일 수출경합도도 2012년 이후 완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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