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 '한 줄 성명'과 탄핵 선고

2025-04-01

1974년 11월 18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문학인들이 섰다. 백낙청 염무웅 고은 신경림 조태일 이문구 박태순 황석영 등이 참여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101인 선언>. 유신정권의 독재와 탄압을 비판하며 문학인들의 현실 참여를 주장하고 나선 이날 시국선언은 문학인들의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민주화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포고(?)이기도 했다. 실제 이날 시국선언을 계기로 결성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1980년대 가장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을 중심에서 이끌었다.

돌아보면 사회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사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은 이어졌다. 퇴행하는 현실을 직시하며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시국선언의 힘은 곧 사그라지기도 했으나 때로는 공동체의 힘을 불러오는 막강한 힘이 됐다. 특히 시대를 직시했던 문학인들의 시국선언은 곧 시대의 기록이 됐다.

지난 3월 25일 한국작가회의가 전국의 문학인 2,487명 이름으로 긴급 시국선언을 하며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이들 중 414명 작가의 ‘한 줄 성명’이 있었다.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한국 사회를 직면해야 하는 절절한 심정을 담은 글. 이 암울한 시절을 인내심으로 버티고 있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문장들이다.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는 한강은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내란을 공부하는 고통, 헌법을 공부하는 비참, 극우의 배후와 분열의 배후를 공부하는 통증, 공부하는 분노가 반드시 이길 거라는 믿음’(김소연 시인)이나 ‘나는 보았고, 너는 들었고 우리는 알았다. 진실의 뿔을 갈아 너희의 어둠을 찢으리’(김현 시인)같이 저절로 고개 끄덕여지게 하는 글도 있다. 모두가 이심전심, 수많은 사람이 안았을 분노와 다르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미뤄오던 탄핵 선고기일을 알렸다. 4월 4일 오전 11시 헌재 대심판정이다. 지난해 12월 4일 윤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지 111일, 변론이 종결된 2월 25일로부터 38일 만에 탄핵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방송 생중계와 일반인들의 방청도 허용됐다.

지난 한 달여 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비상계엄의 위헌과 위법성은 변론 과정에서 더 분명해졌지만, 헌재의 결정은 예상 밖으로 길어졌다. 불안과 혼란 속에 무너진 일상은 회복될 수 있을까.

‘앞발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문지혁 소설가)’ 는 ‘그’를 제대로 심판하는 날. 그 날, 금요일이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날’(김연수 소설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인가. 더 선명해지는 소설가 맹문재의 한 줄 성명이 있다. ‘불법 계엄자 파면은 역사의 명령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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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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