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열어봤자 무슨 소용인가

2025-07-16

“총집결해 주세요”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방해 의혹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11일 오전. 국민의힘 수뇌부는 107명 의원 전원에게 이런 문자를 띄웠다. “임 의원 사무실 앞에 집결해 싸워달라”고 한 것이다. 사흘 전인 8일 김건희 여사 관련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윤상현 의원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현장에 달려와 막아선 국민의힘 의원이 전무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문자를 보고 임 의원 사무실로 달려온 의원들은 23명에 불과했다. 당 비대위원장을 겸직한 원내대표실이 ‘총집결’을 지시했음에도 4분의 1도 안되는 숫자의 의원들만이 응한 것이다.

정권 망친 친윤들 여전히 주류

차기 대표도 자기네 편 꽂으려

윤희숙 8대 혁신요구 수용할 때

콩가루가 된 제1 야당의 현주소다. 당내 주류라는 친윤 의원들은 요즘 자신들을 ‘멀윤(멀어진 친윤)’이라고 부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사저를 나설 때 그를 배웅한 친윤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의원 시절 법원에 출두할 때 수십명 의원들이 호위무사로 따라붙던 이재명 대통령과는 딴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7년 구속 전 법원에 출두할 때 친박 의원 7명이 삼성동 자택으로 달려가 배웅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20년 재수감될 때 자택 앞에 친이계 정치인 50여 명이 몰려 배웅했다. 윤 전 대통령만 의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친윤들은 사석에서 윤 전 대통령을 ‘그 인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도 ‘친윤’이란 카테고리로 묶여 있다. 실은 ‘친기득권’ 프레임으로 뭉쳐있을 뿐이다. 윤석열 정권 시절 누린 기득권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야당의 책무인 정권 견제는 낙제점 수준이다. 비윤계 한 의원은 “로텐더홀 피케팅 횟수를 세보라.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많다. 개인적으로 대여 투쟁에 나섰다가 정권에 미운털 박히는 대신 피켓의 익명성 뒤에 숨어 싸우는 시늉만 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북 분단급인 당내 분열도 국민의힘이 안은 폭탄이다. 12·3 계엄을 두고 친윤은 “언제까지 사과만 해야 하나”고 하지만, 친한계는 6·25 남침 수준의 폭거인 만큼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한 친한계 의원은 “우리보고 탄핵을 통과시킨 ‘배신자’라는데, 그 사람(윤석열) 대통령 자리 보전해줬다면 100% 또다시 계엄 선포했을 거다. 유혈사태 나고 나라가 끝났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하반기 친윤 핵심에게 전화해 “당신이 한동훈이를 직접 공격해”라며 저격 포인트를 짚어줬다는 소문도 친한과 친윤 간 갈등의 골을 키운다.

계엄·탄핵에 책임 있는 친윤이 여전히 주류로 뭉쳐 있으니 아무리 ‘혁신위’를 가동해도 국민 눈에는 쇼로만 비칠 뿐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윤희숙 혁신위원장을 임명하면서 “당이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수도권 민심 속으로 다가가게 하는 혁신의 조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권을 주느냐”는 질문에는 “생각을 만드는 거는 전권을 주지만, 집행은 완전히 다른 차원”(박성훈 원내대변인)이라고 했다. 친윤에게 조금이라도 아픈 혁신은 거르고 가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친윤들이 이렇게 ‘배 째라’식으로 나오는 배경엔 탄핵 정국에서 중도 성향 당원들이 대거 이탈한 현실이 있다. 강성 보수층이 당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당은 ‘갈라파고스’로 치닫고 있지만, 개혁을 거부하는 친윤들에겐 이렇게 좋은 세상이 없다.

그런 당원들 업고 전당대회 치러봤자 민심을 되찾을 가능성은 전무할 것이다. 친윤들은 차기 대표에 한동훈은 절대 안 되고, 김문수도 찜찜하다는 입장이다. 김문수가 대표 되면 그의 가신들에게 공천권을 뺏길 것이란 공포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에게 “전당대회 나오지 말라”고 요구하는 촌극을 벌이는 한편 자신들 말을 잘 들어줄 대표 후보감을 물색 중이지만 쉽지 않은지 8월 말로 잡혔다던 전당대회 일정이 미뤄지는 모양새다. 설혹 그런 인물을 찾아내 대표에 앉힌다 치자. 컨벤션 효과는커녕 10%대인 당 지지율이 한자리로 추락할 공산이 크다.

지금은 전당대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인적 쇄신과 주류 교체를 실현하는 게 우선이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내건 8대 요구를 보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실패와 계엄을 막지 못한 사람들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국민의 상식에 부합한다. 방식도 ‘선 사과, 후 쇄신’이란 단계적 로드맵을 취했다. 이마저도 거부하고 서둘러 전당대회 치러 ‘순한 대표’ 앉히는 것으로 개혁을 참칭한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대패하며 ‘멸종’ 수순에 들어갈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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