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에 ‘핵 농축 합작 사업’ 제안···핵 협상 급물살 탈까

2025-05-14

사우디·UAE 참여시킨다는 구상

‘핵무기 개발 목적 없음’ 강조 의도

양국 강경파 반발 가능성은 걸림돌

미국과 핵 협상 중인 이란이 미국에 주변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핵농축 합작 사업을 협상안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방안은 지난달 1차 회담에서 제시된 후 4차 협상 테이블까지 오르며 꾸준히 조정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진행 상황을 자세히 아는 이란 당국자 4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가 합작 회사를 설립해 최소 한 곳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이를 다른 국가에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은 투자자이자 운영자로 참여한 사우디와 UAE가 이란 핵농축 기술에 일정 정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해 ‘핵무기 개발’ 목적이 없음을 확인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NYT는 이란의 제안에 ‘미국의 투자’ 또한 포함돼 있으며 미국이 현장에 실무자를 파견해 추가적인 감독과 참여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제안은 4차례 미·이란 핵 협상에서 꾸준히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문 매체 암와즈미디어는 지난달 12일 오만에서 열린 양국 첫 협상에서 이란의 제안이 처음 제시된 후 이탈리아 로마 2차 협상에서도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암와지 미디어는 “지하 깊숙이 묻힌 기존 농축 시설의 감독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합작 농축시설 예상 지역으로) 사우디·UAE와의 지리적 근접성을 고려해 걸프만의 섬 지역이 잠재적 선호 지역이 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고 했다.

이란 측 제안이 그간 협상 테이블에 꾸준히 올랐다는 것은 미국이 최소한 이를 논의할만한 제안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 고비마다 긍정적 기대와 전망을 내비쳤다. 최근 4차 협상 후에도 미국 측에서 “결과에 고무돼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열릴 다음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지난 11일 4차 핵 협상 직전 사우디 방문, 직후 UAE 방문을 연이어 진행한 점도 이란 협상안을 둘러싼 구체적 논의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에 대한 미국 제재 해제를 선언하면서 이란 핵 협상을 압박했다.

양국의 강경 세력은 협상 진전의 걸림돌로 예상된다. 이란의 제안은 일정 수준의 핵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그간 ‘이란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를 주장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주류 의견과는 간극이 크다. 이란 내에서도 친미 성향 걸프 국가와의 공동 사업, 미국의 참여와 개입을 전제로 한 핵 협상을 경계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암와즈미디어는 “이란 전문가들은 이 제안을 환영했지만 모든 관련 당사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를 참여시키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 진단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은 이러한 제안을 양보로 여긴다. 외국을 이란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과정에 참여시키기 때문”라며 “두 달 내 결론을 내려던 미국의 계획과 달리, 세부사안이 복잡해지면서 협상은 여름 내내 지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