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과 단군의 개천절

2024-10-02

‘건국기념일’을 둘러싸고 어수선한 시절에 문득 4356주년 개천절(開天節)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자손이지 왜 신화 같은 단군의 자손이냐”는 교파의 비난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신화는 낱낱이 설명으로 밝혀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나 건국 설화가 신화로 구성된 것을 탓할 일도 아니다.

단군이 곰과 동거해 아들을 낳았다는 것은 곰이 실제로 사람이 됐다는 뜻이 아니다. 곰을 숭배하는 종족에서 아내를 얻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호랑이를 숭상하는 민족인데 왜 하필이면 호랑이가 아닌 곰을 아내로 맞이했을까.

그것은 호랑이족끼리의 동족혼(同族婚)이라는 근친상간을 피하면서 이족혼(異族婚)을 통해 우생(優生)을 얻으려던 종족 보존 의지의 표현이었다. 단군이 200년을 살았다는 것도 그가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왕조가 200년 동안 지속했다는 뜻으로 읽으면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니 국가에 실익이 없는 건국절 논쟁은 통일될 때까지 여기에서 덮는 것이 순리다. 국회의장이라는 사람이 광복절 행사를 거부하고 불참한 것은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보다 더 참월(僭越)하다. 일찍이 이토록 황당하고 옹졸한 삼부 요인이 역사에 없었다.

지금이 국수주의 시대는 아니지만 왜 우리는 국가와 국기와 국가(國歌) 앞에 좀 더 숙연해질 수 없을까. 망국의 식민지 치하에서 국가가 없던 시절에 우리의 국적이 한국이었다는 주장은 애국 단체의 허망한 탄식일 뿐 정론이 아니다.

서울 신촌 봉원사 국기게양대를 바라볼 때면 그 주지 스님의 뜻이 고맙다. 왜 우리는 각종 종교의 교당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을까. 국가·태극기·애국가의 존엄함에 대한 국민의 참모습을 본 지 오래다. 그래서 개천절 아침이 우울하다. 그러나저러나 오늘 아침에 국기는 게양하셨는지.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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