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학년 A양은 평소 스마트폰 사용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A양은 “딱 1분만 (스마트폰을) 보려 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 놀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5학년 B양은 인터넷 연결이 제한된 휴대전화만 가지고 있다. B양은 “딱히 할 게 없는 쉬는 시간엔 책을 읽는다”고 밝혔다. 문해력 진단 검사 결과 A양은 ‘하’, B양은 ‘상’으로 평가됐다.
문해력 수준이 처지는 초등학생 중 상당수가 휴대전화를 별다른 제한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31일 ‘초등학생 고학년(4~6학년) 문해력 실태 분석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초등생 4000여명을 문해력 수준에 따라 상·중·하로 나누고 이중 36명을 심층 면담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읽기 환경, 읽기 경험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문해력 ‘하’로 조사된 학생에 대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가정의 통제가 없는 편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상’으로 평가된 학생들은 부모가 사용 시간과 콘텐트 접근을 제한하고 있었다. 이들의 가정은 책을 충분히 갖고 있고,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분위기였다. 부모와 함께 도서관을 다닌 경험도 많았다.
여학생의 문해력 수준은 남학생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다. 문해력 진단검사 결과를 표준점수로 환산할 때 여학생은 평균 51.8~52.5점, 남학생은 49.6~50.2점을 기록했다. 점수 차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커졌다. 다만 어휘력의 경우 성별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었다.
문해력이 낮은 학생들은 단어 의미 추론과 문맥 이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조사 대상 학생 중 ‘사고(思考)’와 비슷한 단어를 찾는 문제에서 정답을 맞춘 학생은 34%에 불과했다. 문해력 ‘상’ 집단의 정답률은 85%에 이르렀지만 ‘하’ 집단은 7%만 정답을 맞췄다.
김태은 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문해력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뿐 아니라 읽기를 통해 학습한 어휘를 자주 사용해야 향상되는데,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의사소통이 부족하면 결국 문해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