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도 변한 10년 재능기부, 포수상·타격상까지···이만수 감독 “야구로 꿈과 희망을 전할 수 있다면”

2025-12-25

지난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옥. 한 노부부는 불꺼진 사무실을 분주히 오가며 땀을 흘렸다. 오후 2시 제9회 이만수 포수·홈런상 시상식을 일찍부터 준비하는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67)과 아내 이신화씨였다. 행사 시작 약 4시간 전부터 둘이서 부지런히 움직여 행사 준비를 마쳤다.

2014시즌 뒤 SK(현 SSG)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만수 전 감독은 한동안 “현장으로는 언제 돌아오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현장 복귀를 위해)야구계에 맴돌기 보다 야구로 봉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 전 감독은 현장 복귀에 집착하기보다 야구 ‘재능기부’를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남다른 길을 걷고 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선수 때부터 생각해왔던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쉽지 않은 길인데 그 시간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 전 감독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사실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다”면서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라오스를 시작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위해 지역 팀 총감독을 맡는 등 야구 불모지를 찾아 지원했다. “이제 그 5개 지역에 우리 지도자 한 10명이 나가 있다. 야구를 전파하는 동시에 후배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줄 수도 있어 야구인으로 보람차다”며 활짝 웃었다.

라오스 야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현역에 있던 2011년이었다. ‘야인’이 된 뒤에는 더 적극적으로 라오스 야구에 팔을 걷어붙였고, 이 전 감독의 뜻을 함께하는 기업인, 야구팬, 후배 야구인들의 후원을 받아 실내 연습장, 기숙사 등이 설치된 야구센터를 지었다. 여기에서 고아, 이혼 가정, 극빈층 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동시에 의식주와 교육비까지 지원했다. 또 라오J브라더스를 창단해 구단주를 맡아 한국 방문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으로 라오스 야구의 첫 아시안게임 도전과도 함께 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라오스 대표팀 총책임자로 선수단을 지원했다. 그러나 내년 9월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에는 어느 팀 소속으로 가기가 애매한 입장이 됐다. 아시안게임에 베트남의 출전 소식을 전한 이 전 감독은 “두 나라 모두 내가 지도한 팀이라 어느 한 팀을 고를 수가 없다. 그래도 고맙고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후배들이 그 나라에서 감독으로 팀을 잘 이끌고 있어서 뒤로 조금 물러날 수 있다”고 껄껄 웃었다.

이 전 감독이 2016년 4월 설립한 자선재단 헐크파운데이션은 2017년부터 매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포수와 가장 많은 홈런을 친 고교 선수를 선정해 포수상과 홈런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원주고 포수 이희성(18)과 충암고 내야수 김건휘(18)다.

이만수 포수·홈런상도 내년 10회째를 맞는다. 그는 “수상자들이 프로야구 주축 선수들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우리 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 이 상을 받는 선수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해줘 기분이 좋다”며 흐뭇해했다.

현역 시절 세 번의 홈런왕 포함 포수 부문 5년 연속 골든글러브(1983~1987)를 수상한 이 전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든 포수 자리가 아마추어 야구에서 기피 포지션이 되자 포수·홈런상을 만들어 시상해 격려해왔다. 조금 특별한 10주년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이 전 감독은 “이 상을 받는 선수들이 인기를 얻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나갔을 때 진짜 야구인으로서 존경받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현역 때 강한 승부욕에 넘치는 에너지로 ‘헐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이 전 감독도 이제 일흔을 바라본다. 최근에는 건강 문제로 재능 기부나 강연 일정도 조금씩 줄였다. 그러나 야구 열정만큼은 ‘헐크’ 열정 그대로다. 이 전 감독은 “나는 그저 야구가 좋아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며 “야구로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전할 수 있어 다시 현장을 나오게 만든다. 야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곳이 나의 현장”이라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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