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장과 온라인에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사건이 급증했다. 인종차별 반대 자선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KIO)’에 따르면, 해당 시즌 보고된 인종차별 사건은 총 395건이다. 전 시즌 277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BBC는 21일 ‘손흥민 등 동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지난 시즌 선수 개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사건 중 55%는 동아시아 출신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KIO에 접수된 총 937차례 인종차별 사건 중 327건(35%)은 단 7명의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KIO 최고경영자 사무엘 오카포르는 BBC를 통해 “축구계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토트넘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팀 동료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최근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토트넘 수비수 벤 데이비스는 “우리 팀 전체가 이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갔다”며 “하지만 이런 일들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벤탄쿠르는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프턴),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토미야스 타케히로(아스널), 카마다 다이치(크리스탈 팰리스), 스가와라 유키나리(사우샘프턴) 등 동아시아 출신 선수들은 끊임없이 차별의 대상이 됐다. 손흥민은 2015년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당했다. 2019~202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크리스탈 팰리스, 웨스트햄 팬들은 손흥민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사건을 일으켰다. 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아시아 선수들을 연결하는 바이럴 소셜 미디어 게시물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0월에는 이탈리아 축구단 코모에서 뛰는 수비수 마르코 쿠르토가 지난 7월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황희찬을 인종적으로 모욕한 혐의로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10경기 출장 정지(5경기 집행유예)를 받았다.
축구 팬들도 인종차별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런던에서 프리미어리그 관련 비디오 콘텐츠를 제작하는 중국인 케빈 위안은 “솔직히 말해, 우리는 매주 이런 일을 겪는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 6월 챔피언스리그 결승 이후 웸블리 스타디움 밖에서 레알 마드리드 팬들로부터 스페인어 인종차별적 노래를 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들이 그냥 ‘우리는 챔피언’이라는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그 노래가 매우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정말 불쾌했다”고 회고했다. 위안은 “어느 팀을 응원하든 차별은 항상 존재한다”고 털어놓았다. 위안은 “외모나 말투 때문인지 모르겠다”며 “나는 2008년에 영국에 와서 그때부터 경기를 보러 다녔지만, 여전히 외국인처럼 느껴지고, 제 자리에 맞지 않는 기분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동아시아 팬들이 축구 팬이 아니라 관광객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잉글랜드 팬들이 동아시아 팬들을 무시하는 게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드러난다는 해석이다. 1945년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뛴 최초 비백인 선수 프랭크 수의 삶을 기념하는 ‘프랭크 수 재단’에서 일하는 맥스웰 민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팬들과 선수들이 무시당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잉글랜드 팬들은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 들어오는 아시아팬들이 축구에 대해 얕은 관심만 갖고 있는 ‘관광객’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