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뭐야?' 미술관에 온 시선강탈 괴생명체

2025-08-0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지하 1층 서울박스. 높이 17m, 넓이 430㎡의 거대한 이 공간 한가운데에 얼핏 살덩이 같고 반투명 젤리 같기도 한 존재가 몸에서 푸른 이끼를 키우며 조용히 자리했다. 어른 주먹 두 세 개 크기의 작은 존재는 한눈에도 무척 연약해 보인다. 이동도 조심해야 하고 적절한 물과 햇빛이 없으면 금세 말라 죽을 수도 있다. 마치 아기처럼 돌아봐야 하는 이 존재의 이름은 ‘아가몬’. 임신이나 출산으로 귀결되지 못한 성적 에너지가 응축돼 탄생한 새로운 생명체다.

대체 어디서 온 존재인지 궁금하다면 단서는 주변에 있다. 55인치 LG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 88대로 제작된 두 개의 초대형 미디어 월이 여린 살과 체모, 체액 등으로 이뤄진 형체의 활발한 유영을 비춘다. ‘살의 정령’으로 불리는 이들은 총천연색 미디어 월을 경계 삼아 여성 예술가 추수가 디지털 공간에 낳은 태아 ‘아가몬’을 현실의 물질 세계로 데려오는 역할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가 협력한 ‘MMCA X LG OLED’의 첫 프로젝트인 ‘아가몬대백과 : 외부유출본’이 공개됐다. ‘MMCA X LG OLED’은 매년 1명의 작가를 선정해 서울관을 찾은 관람객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거쳐가는 동선인 ‘서울박스’에서 현대미술의 미래를 제시하는 장소특정적 신작을 선보이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안하고자 계획됐다.

스타트를 끊은 작가는 서른 세 살의 여성 미디어 아티스트 추수이다. 그는 예술가의 독립된 삶과 엄마가 되고픈 갈망 사이에서 고민하다 디지털 세계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방식으로 모성을 충족해왔다. 그리고 서른이 되면서 디지털 아기를 현실로 데려오려는 욕구를 느낀다. 전통적 출산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생명 ‘아가몬’은 이렇게 탄생했다.

관람객들은 앞으로 6개월간 ‘아가몬’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된다. ‘서울박스’는 디지털과 물질, 생명과 소멸이 교차하는 장소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전시는 ‘아가몬’을 둘러싼 정교한 세계관을 실감나는 디지털 영상으로 선보인다. 작가에 따르면 지금껏 아가몬은 총 다섯 번 발견됐지만 세계관이 시각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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