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음한 여인을 현장에서 잡아 예수님에게 데려온 군중은 모세의 율법을 들먹이며 돌로 쳐 죽이려 했다. 당시엔 그것이 법이었고 사회 질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정작 상대가 되었을 남자에 대한 기록은 없다. 제도와 법률에서 철저히 약자일 수밖에 없던 여인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율법의 문자적 해석은 그녀를 죽이는 것이지만, 율법의 기본은 사랑임을 가르쳤던 예수님은 형식적 율법을 폐하고 진정한 정의를 완성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교회의 정치적 개입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일부 교회들은 대규모 집회를 주도하며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고, 특정 정치 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회 정의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분열을 확산시키고 있다. 수천 년 전 아모스 선지자는 하나님의 정의를 부르짖었다. 그의 메시지는 비록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의 교회에 대해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있다.
아모스는 남유다 출신이었지만,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북이스라엘에서 예언 활동을 했다. 당시 북이스라엘은 경제적으로 번영했지만, 종교는 형식적으로 변질되었고 불의가 만연했다. 아모스는 이러한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며 “너희 절기들을 미워하며, 너희 성회들을 기뻐하지 아니한다”(아모스 5:21)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다. 이는 외적인 신앙 행위가 아무리 많아도, 그 속에 정의와 공의가 없다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오늘날 일부 교회들이 종교적 권위를 내세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은, 당시 북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들이 권력과 유착한 것과 다르지 않다. 교회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목적이 사회적 정의와 약자의 보호가 아니라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이는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아모스는 이스라엘 사회에 만연한 불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4)라고 선포하며, 신앙의 핵심은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교회는 이러한 메시지를 외면한 채, 특정 정치적 이념을 신앙과 동일시하며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도시 빈민, 성소수자 등의 문제에 교회가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던가? 과거 민주화운동 시기에, 억압받는 이들을 교회는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외면했고, 오히려 쿠데타 세력을 대변하고 그들의 주장을 옹호해왔던 역사가 있다. 그랬던 교회가 극단적 극우 단체의 주장을 선도하며 대형 집회를 통해 정치적 활동을 하는 모습은 비록 일부 교회라 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곧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위세 등등한 당대의 세력가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십자가까지 지고 갔던 예수님을 본받는다면, 교회는 돈과 권력이 아닌 가난한 자들을 위한 공동체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십자가도 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십자가는 영광의 표시가 아니라 고난과 치욕의 상징이다. 예수님은 세상의 온갖 능멸을 친히 겪으며,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교회에는 금색으로 치장한 십자가만 있고, 가시관은 보이지 않는다.
예수님은 과부와 장애인, 사마리아인, 세리, 창녀 등 당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며, 위정자인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교회는 예수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힘 있는 권력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랑과 정의를 외면하고 사회적 약자는 교회에서 잊히고 있다.
아모스는 심판을 선포했지만, 동시에 회복의 희망도 전했다. 그는 “그날에 내가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고”(아모스 9:11)라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정의와 공의를 회복시킬 것을 예언했다. 이는 오늘날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교회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도구가 되는 것을 멈추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특정 세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는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분열이 아닌 화합을 이루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아모스 선지자의 메시지는 오늘날 한국 교회에도 유효하다. 교회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며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과연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가? 우리는 정말로 하나님이 기뻐하는 길을 가고 있는가?
이제는 교회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변화해야 할 때다. 아모스가 외쳤던 것처럼, 진정한 신앙은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다. 교회가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아모스의 경고를 깊이 새기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강귀만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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