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국내 최초의 수학체험관 서울 노원수학문화관을 소개합니다.
수학문화관에 가다
지난 2019년 8월 문 연 노원수학문화관(이하 문화관)은 수학 대중화를 위해 조성된 체험학습관으로 다양한 수학 콘텐트가 마련돼 있다. 문화관 1층에 들어서자 0부터 9까지의 수를 색으로 표현한 형형색색의 '파이 팔레트'가 관람객을 맞아준다. 이 조형물은 수학에서 상징성 있는 원주율 파이(π)의 숫자를 색으로 바꿔 표현한 전시물이다. 각각의 색을 육각형 스크린에 연출해 파이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나타낸 거다.
2층에선 '수학과 세상'이란 주제로 수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해 그 개념을 알아볼 수 있다. 특히 입구 초입에 설치된 '한눈에 보는 수학사' 전시에는 원주율을 최초로 소수 둘째 자리까지 계산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만유인력의 법칙 등 수학으로 우주 만물을 설명한 뉴턴, 수리물리학으로부터 수학을 분리하고 순수 수학의 길을 개척한 가우스 등의 업적을 시대별로 만나 볼 수 있다.
구슬을 통해 이항분포 개념을 배우고 확률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항분포기' 체험은 인기 콘텐트 중 하나다. 강신현 해설사가 "동전 던질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몇 개일까요?"라고 질문하자 박서후·정하은·조성윤 학생기자는 한목소리로 "두 개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강 해설사는 "맞아요. 그렇게 두 가지 결과가 나오는 것을 이항분포라고 해요"라면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이항분포기를 돌려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15개로 나뉜 칸으로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 “구슬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떨어질 확률은 50%로 동일하나 구슬을 많이 떨어트릴수록 중앙에 구슬이 많이 쌓이고 양 끝은 적게 쌓이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경우의 수를 배우고 이항분포라는 개념을 알아가는 겁니다.”
이어 강 해설사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모양과 원리를 보여주는 전시를 소개했다. "직선·포물선·원 4분의 1·사이클로이드 곡선까지 총 4개의 길에서 각각 공을 굴리면 어느 길이 가장 빠를 거 같아요?"라고 질문하자 성윤학생기자가 "곡선길이요"라고 답했다. 강 해설사는 "그 곡선을 사이클로이드라고 해요"라면서 공을 굴려보라고 권했다.
"시작 지점을 보면 기울기가 다 다르죠. 직선이 가장 완만하고 사이클로이드가 제일 가파르게 돼 있어요.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직선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이유는 가장 크게 중력가속도를 받아서죠. 또 이 곡선의 마찰력이 가장 적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요. 그래서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최단시간 강하곡선'이라고도 부르기도 해요." 강 해설사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 기와에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활용했다며 "기와가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빗물이 기와에 스며들어 목조 건물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빗물이 기와에 머무는 시간을 가능한 한 줄여서 빨리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기와 모양을 사이클로이드로 만든 거죠"라고 설명했다.
3층은 수학의 개념과 원리가 도형·자연·건축·음악·미술 등에서 어떻게 발견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학과 예술' 테마로 꾸며졌다. 3층 설명을 맡은 이수연 해설사는 먼저 여러 가지 매듭 체험을 통해 수학 개념을 엿볼 수 있는 전시로 안내했다. "여러분 DNA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세요?"라고 묻자 서후 학생기자가 전시된 매듭을 손으로 콕 짚으면서 "이렇게 두 줄로 꼬여있어요"라고 대답했다. "맞아요. DNA나 이 매듭을 보면 꼬인 부분이 있는데 그걸 차점이라고 해요. 매듭은 이 교차점의 개수에 따라서 달라지죠. 교차점이 없는 매듭을 영매듭, 세 개면 세잎매듭, 네 개면 팔자매듭이라고 해요." 매듭의 이론은 화학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얘기한 이 해설사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체험용 줄로 세입매듭을 직접 만들면서 매듭 특징을 알아보게 도와줬다.
다음으로는 대칭·나선·프랙털(fractal) 등 자연에서 수학적 개념을 찾아보는 ‘자연 속에 숨은 수학’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이 해설사는 "자연을 둘러보면 굉장히 많은 수학적 원리들이 숨어 있어요. 고사리, 숲, 리아스식 해안선 등이 이에 해당해요"라면서 전시된 그림을 가리켰다. 이어 그는 앵무조개 그림을 가리키며 "앵무조개의 나선형, 나뭇잎과 강줄기의 모양처럼 어떤 규칙이 존재하는데 이걸 '패턴'이라고 해요"라면서 "여기 있는 로마네스크 브로콜리에도 프랙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프랙털 구조는 부분의 모양이 전체의 모양을 닮아 있는 형태가 계속 반복되는 걸 말해요. 브로콜리뿐만 아니라 해안선·구름·우주 등 자연에서도 프랙털을 찾아볼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뇌 역시 구불구불한 프랙털 구조로 돼 있는데 이는 엄청나게 많은 세포를 뇌라는 한정된 공간에 담기 위해 무한대로 늘어나는 구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프랙털 구조는 눈꽃에서도 찾을 수 있다. 먼저 정삼각형을 그리고 각 변을 삼등분해서 한 변의 길이가 삼등분한 길이와 같은 정삼각형을 붙인다. 이 과정을 반복해서 얻은 도형은 둘레의 길이가 무한히 늘어나지만, 넓이는 유한한 값을 갖게 된다. 이를 '코흐 눈송이'라고 한다. 눈꽃송이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반복해서 얻어진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자연에서 수학적 원리를 찾은 다음에는 건축물에서 수학적 개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학으로 지은 구조'에는 그랜드 이집트박물관을 비롯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이 예로 전시됐고, 해당 건축물을 터치하면 실제 건축물의 사진과 수학적 원리가 팝업 영상으로 나온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현수선(양 끝이 고정된 끈이 중력에 의하여 이루는 자연스러운 곡선)과 마방진(가로·세로·대각선에 있는 각각의 합이 같도록 배열한 것) 등 수학적 원리를 이용해서 건축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야기가 흥미롭다. 가우디는 늘 '아름다운 형태는 구조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하는데 이는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단다.
다음으로는 '뫼비우스의 띠'를 살펴봤다. 뫼비우스는 안쪽과 바깥쪽의 구분이 없으며 직사각형의 마주 보는 한 쌍의 변을 반 바퀴 꼬아 만든 2차원 도형이다. 이 해설사는 "뫼비우스는 독일 수학자로, 파리를 잡기 위해 반 바퀴 돌린 띠의 양 끝을 서로 연결해 숙소 기둥에 걸어놨는데 다음 날 이 띠에 파리들이 잔뜩 붙었다고 해요. 이걸 보고 띠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면서 '뫼비우스의 띠'가 된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처럼 뫼비우스 띠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뫼비우스 띠를 살짝 접으면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이 돼요"라고 이 해설사가 말하자 서후 학생기자가 "리사이클 마크랑 닮았어요"라고 대답했다. "맞아요. 리사이클링이 재활용이잖아요. 계속 무한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뫼비우스 띠와 비슷한 마크를 붙인 거예요"라며 주변에서 사용 중인 뫼비우스의 띠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성윤 학생기자가 "에스컬레이터랑도 닮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이 해설사는 "잘 아네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부분이 안쪽에서 꼬여서 반대로 나오게 돼 있죠. 한 면만 빨리 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뫼비우스의 띠 방식을 차용해 만들었다고 해요. 또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산대 위 컨베이어 벨트도 닳는 걸 막기 위해 반 바퀴 꼬아서 설치했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물건 계산할 때나 요리할 때, 이동 시 거리와 속도를 계산할 때 등 수학은 우리 일상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수학은 일상 곳곳에서 그 원리를 찾을 수 있는 친근한 학문이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은 딱딱하고 지루한 과목이 아닌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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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lee.bora3@joins.com, 사진=배재준(오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