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유학에서 정주로]“유학은 쉬워도 정착은 어렵다…30만 유학생 현실”

2025-10-28

①외국인 유학생 취업 장벽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필수가 됐다. 현재 대학들은 단순한 '유학생 수 늘리기'보다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한 유치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유학생이 국내에 들어와 졸업 후 취·창업을 통해 정착하기까지는 여전히 제도적 제약과 실질적 어려움이 뒤따른다. 에듀플러스는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맞아 유학생 정주를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와 앞으로 필요한 변화를 조명해 본다.

“졸업하면 한국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계에 취업하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요. 외국인은 적게 뽑기도 하고, 이력서를 잘 썼는지, 근로계약서는 제대로 사인을 한 건지 몰라서 나중에 불이익이 없진 않을까 걱정도 많이 돼요.” (대만 유학생 A씨)

'외국인 유학생 지역 정주'는 글로컬대학30 등 굵직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히지만, 유학생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토양은 여전히 척박하다. 교육부는 2023년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양적 확대뿐 아니라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초등부터 취업까지 연계된 유학생 발전전략을 포함하도록 했다.

◇유학생 채용 가로막는 까다로운 비자 조건

그러나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다. 유학생은 유학생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애로사항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비자 발급 등 법적 제약은 유학생 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 이후 기업 취업 시 비자는 D-4(어학연수), D-2(학사 과정), D-10(구직), E-7(전문인력) 등의 단계로 나뉜다. 현행 제도에서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에서 취업하려면 E-7 비자로 전환해야 한다.

유학생은 졸업 후 D-10 비자로 전환해 구직 활동을 할 수 있지만, 바로 비자 전환을 하지 않으면 한국 체류 자격이 사라진다. D-10 비자는 구직 활동 기간만 체류를 허용하기 때문에 연장하기 위해서는 활동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는 가능하지만, 정규직 근로는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유학생이 한국에서 생활하며 구직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많다.

외국인 유학생이 취업을 위해 E-7 비자로 전환하려면 △도입직종 관련 분야 학사 학위 이상 △직무와 전공 연관성 증빙 △일정 수준의 급여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올해 4월부터 급여 요건 기준이었던 국민총소득(GNI) 비율 기준이 폐지됐지만, 법무부가 별도 기준을 정한 직종 해당 기준이 여전히 적용된다. 이 경우에는 직종별로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

◇정보도, 도와줄 곳도 부족한데…대학에서 유학생 취업 준비는 언감생심

국내 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는 올해 8월 기준 30만 명을 돌파하면서 정부 목표치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양적 인재 풀(Pool)은 이전보다 훨씬 늘었지만, 대학 내 유학생 취업을 지원하는 인프라는 제자리걸음이다.

수도권 대학에서 유학생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우리 대학에도 유학생이 많기는 하지만, 대학에서 유학생을 대상 프로그램이나 정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의 취업지원센터에서는 취업 박람회, 설명회, 관련 직종 특강, 인턴십 프로그램 등 자세한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대학 내 유학생 취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전담센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대학 국제처를 중심으로 관련 업무를 겸하고 있으며, 유학생 대상 취업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전담 인력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양길준 스튜바이저 대표는 “대학 취업지원처 주요 대상은 국내 대학생이지, 외국인 유학생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유학생은 30만 명을 넘어섰지만, 취업·창업 등 지원 서비스는 여전히 유학생에게 닿지 못해 사실상 방치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학생 고용하고 싶어도 정보 부족하고, 비용적·행정적 수고로움 커

기업도 답답함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는 관심이 있지만 외국인 인력 고용이 쉽지 않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6월 발간한 '국내 외국인 유학생 채용 지원제도 현황 및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0%는 '외국인 유학생 직원 채용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응답 기업 중 64.1%가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구직자 정보 부족'(39.4%)이 꼽힌다. 기업이 인력이 필요해 대학에 연락하더라도 유학생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고, 검증된 인력을 바로 찾기는 더 어렵다. 일부 유학생 채용 사이트와 지원 플랫폼도 운영되고 있지만, 정보의 양이나 질 모두 여전히 제한적이다.

심기원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실 차장은 “유학생은 자국인이 모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음알음 정보를 얻고, 기업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채용공고를 올려도 거의 지원자가 없는 경우도 많다”며 정보의 미스매치를 짚었다.

'비자 취득 관련 복잡한 행정 절차'(35.9%)는 학생뿐 아니라 기업에도 부담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까다로운 비자 관련 절차를 전담할 담당자가 부족하고, 복잡한 행정 처리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직무 연관성, 기업 준비 서류, 급여 기준 등 충족해야 할 요건이 많은데 외국인 유학생이 현실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절차적 부담이 커 고용을 꺼리게 된다.

심 차장은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들도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하고 싶은 수요는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비자 처리를 행정사에게 맡기더라도 비용이 발생하고, 기업이 직접 진행할 경우 각종 서류와 임금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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