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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처별 비관세장벽을 다시 들여다본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각국의 비관세장벽까지 고려하기로 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비관세장벽은 검역 등 비관세 요인을 이유로 상품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로, 농업 관련 사안 가운데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가 주요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에 “이달 중으로 비관세장벽 점검 과제를 정리해달라”고 주문했다. 미국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큰 규제 사안을 검토해 향후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2008년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 당시 임시 조치로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했고, 이 조치가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를 두고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이 매년 발표하는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 언급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승인 절차의 복잡성, 사과 등 과일 검역도 대표적 비관세장벽으로 꼽힌다.
기재부 대외경제국 관계자는 “부처 장관이 관심을 갖고 (여러 비관세장벽 중에)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점검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에서 구체적으로 (통상 협상) 요청이 온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관세장벽 개선 과제를 몇개 선정할지도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달 안에 개선 과제를 정리해달라는 게 최 권한대행의 주문이지만 부처별 검토안의 빠른 취합은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통상과 관련된 모든 부처에 각자 조사한 비관세장벽 내용을 전해달라고 했다”면서 “통상문제가 시급한 만큼 조치가 빨리 이뤄져야 하겠지만, 민감한 사안이기에 완료 시기를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조치가 농업분야를 특정해 겨냥한 것이 아닌 데다 검토된 사안의 추후 개선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 한국인데 지금보다 더 많이 수입하라고 (통상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검역은 과학적 절차에 따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을 협상의 대원칙으로 두고 통상 불확실성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