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첫 승 한풀이한 삼성 원태인, 美 ‘슈퍼스타’ 오타니의 기까지 받으려 한 간절함

2024-10-16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24)은 3년 전 가을을 떠올릴 때마다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삼성은 2021년 KT와 1위 결정전을 치렀다. 당시 선발 투수는 원태인이었다. 원태인은 6이닝 2안타 2볼넷 8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지만 팀은 0-1로 패했고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설욕을 다짐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원태인은 2차전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해 1.1이닝 2안타 3볼넷 2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2패를 떠안고 시리즈를 마쳤다. 첫 가을야구의 아픔을 떠올릴 때마다 원태인은 “내가 잘했으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라며 자책했다.

3년만에 다시 삼성은 가을야구를 맞이했다. 원태인도 그동안 더 성장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다승왕을 차지했고 팀도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같은 아쉬움을 느끼고 싶지 않았던 원태인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후반기에 했던 루틴을 그대로 지켰다. 바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는 것이었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도 이 루틴을 지켰다. 당초 2차전은 1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대구에 내린 비로 하루 미뤄졌다. 원태인은 14일에도, 15일에도 오타니의 유니폼을 입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가을야구의 한을 풀었다.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한 원태인은 6.2이닝 7안타 2볼넷 3삼진 1실점으로 팀의 10-5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첫 가을야구 선발승을 달성한 원태인은 데일리 MVP까지 받았다.

경기 후 원태인은 오타니 유니폼을 입었던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전반기 막판에 안 좋았어서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에 오타니 유니폼을 주문했다”라고 돌이켜봤다.

원태인은 전반기 막판 2경기에서 흔들렸다. 6월25일 LG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다음 경기인 6월30일에는 5이닝 2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지만 자신의 마음에는 썩 들지 않았다.

휴식기를 마치고 맞이한 후반기 첫 경기에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7월13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 허경민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뒤 김재환에게 3점 홈런을 내줬다. 그리고 2사 후 두산 타자 강승호의 헬멧을 맞혔다. 원태인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때마침 전반기 막판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해외 직구로 구입했던 오타니 유니폼이 다음날 배송이 됐다. 원태인은 “그 다음 경기부터 선발 등판하는 날마다 오타니의 유니폼을 입고 출근했다”라고 말했다.

좋은 기운을 받은 덕분에 원태인은 이후 11경기에서 1승8패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15승(6패)로 다승왕도 차지했다.

원태인은 “스파이크도 오타니와 같은 제품을 신고 있다. 미신 아닌 미신인데, 좋은 결과가 따라주니까 계속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경기에서도 똑같은 루틴을 이어갈 것이다. 원태인은 “잠실에서 경기가 끝나고 대구 홈으로 돌아오면 세탁한 뒤에 다시 입을 것”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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