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모해 보였던 ‘초보 감독’의 승부수가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이호준 NC 감독이 2번으로 시종일관 밀어붙인 NC 김주원이 2번 타자다운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이호준 NC 감독은 올 시즌 부임 직후부터 야수진 운용과 관련해 여러 구상을 내놨다. 박민우를 붙박이 리드오프로 쓰고, 박건우는 중견수,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은 지명타자로 주로 기용하겠다고 했다. 김주원 2번 타자 기용도 이런 구상 중 하나였다.
시즌이 지나면서 이 감독이 처음 그린 그림은 꽤 많이 달라졌다. 부상 등 돌발변수가 있었고, 실전을 치르면서 다른 선택지를 찾기도 했다. 박건우는 부상 복귀 이후 더는 중견수로 나서지 않고 있다. 지명타자 혹은 우익수로 나선다. 데이비슨은 지명타자가 아닌 1루수로 꾸준히 기용 중이다. 야수 활용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박민우는 권희동과 함께 교대로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2번 타자 김주원’ 만큼은 시즌 60경기를 넘게 치르는 동안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11일까지 김주원은 선발 출장 61경기 중 60경기를 2번 타자로 나섰다. 지난 4월27일 삼성전 딱 한 경기만 9번으로 나갔다.
성적만 보면 ‘2번 김주원’을 밀어붙이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김주원은 시즌 초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5월 초반에는 타율 2할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볼넷은 꾸준히 골라냈지만, 타율이 워낙 낮다 보니 출루율도 3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힘들게 출루를 해도 크게 위협적인 주자가 되지 못했다. 5월까지 16차례 도루 시도 중 5차례 아웃을 당했다. 도루 성공률 68.8%로 리그 평균에도 못 미쳤다.
이 감독은 그러나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시즌 전 약속을 그대로 지켰다. 이 감독은 지난 3월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하던 당시 “(김)주원이가 올해 힘들게 가면 팀이 힘들어진다. 저도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2번 타자) 고집을 끝까지 가지고 갈 것”이라고 했다.

감독의 믿음에 김주원이 화답하기 시작했다. 5월부터 꾸준히 안타를 때리기 시작하더니, 6월 들어서는 타격감이 절정으로 향하는 중이다. 지난 7일 삼성전 홈런 포함 6타수 5안타로 폭발했다. 11일 카움전은 4타수 3안타를 때렸다. 이날까지 6월 9경기에서 타율 0.371을 기록 중이다. 2할대 초반을 맴돌던 시즌 타율도 0.254까지 끌어올렸다. 도루도 6월에는 2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이 감독이 김주원 2번 기용을 고집한 건 당장 성적은 물론 그 이후 팀 전체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프로 5년 차, 김주원은 국가대표 유격수 자리를 꿰찰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타격에서 폭발적인 성장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김주원이 알을 깨고 나오려면, 상위타선에 자리를 잡고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게 이 감독의 판단이었다.
김주원과 함께 ‘3김’으로 묶이는 김형준과 김휘집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선수들이다. 이 감독은 지난해까지 7, 8번을 맴돌던 김형준을 올 시즌 심심찮게 중심타선에 밀어 넣고 있다. 1할대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김휘집도 꾸준히 1군 선발로 내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