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중국인 체포설 제보자, 과거엔 안중근 후손 주장

2025-02-21

게임 커뮤니티서 안중근 후손, 미군 소속 주장

"미군 사칭 메소드 연기 코스프레어" 밝히기도

2018년 구의원 출마… 악력엔 육군 병장 제대

중국 대사관 난입 이어 경찰서 난입하다 체포

‘선관위 중국인 99인 체포’ 관련 뉴스의 제보자라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과거 자신이 미군 장교 출신이며, 안중근 의사의 후손이었다고 주장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마블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 코스프레 분장을 하고 다니는 그는 최근 주한 중국 대사관에 난입하려다 체포된 데 이어 이번엔 경찰서에 난입하려다 또다시 체포됐다.

21일 경찰은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경찰서에 난입하려 한 혐의로 안병희씨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전날 오후 11시쯤 경찰서를 찾아 자신을 빨리 조사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경찰서 1층 출입 게이트 유리를 깨고 내부로 진입하려 한 혐의(재물손괴 및 공용물건 손상 등)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주한중국대사관 난입을 시도해 건조물 칩입 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가 풀려난 바 있다.

“내가 간첩단 사건 제보”…기자에 “불러주는 대로 써라”

그의 기행이 더욱 관심을 끄는 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관련해 부정선거 음모론의 단골 소재인 12·3 계엄 당시 선관위 연수원 중국인 99인 체포 관련 뉴스의 제보자가 자신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안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을 직접 밝히고, “간첩단 사건에 대한 그런 내용을 알고 있어서 제보를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나갔던 오키나와 첫 기사 말고, 그 이후부터 노상원 기사 전까지 다 제가 관여했다. 녹취록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제보를 한 근거에 대해선 “녹취록을 들어보시고 판단을 하셔야 될 것 같다”며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공개된 기자와의 녹취록에서 안씨는 “일단은 저한테 스킬링(기술)을 좀 배우실 동안엔 제가 불러드린 대로 먼저 쓰시고…”라고 한다. 또 “바이든 쪽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서 (미국 정부에) 희망퇴직 신청했어요”라며 “DIA(미 국방정보국), CIA(미 중앙정보국) 자격증이 날아갔다”고 했다. 특히 “일베 활동하다가 밴(퇴출)당해서 지금 거기서(디시인사이드) 활동하는데 제 휴민트(비밀 요원)들이 거기다 인텔(정보) 올리고 있어요”라는, 듣기만해도 수상한 말을 하기도 했다.

선관위 중국인 체포 보도는 윤 대통령 측 변호사가 탄핵심판에서 부정선거 의심의 근거로 언급하기도 했다. 미군은 지난달 공식 사회관계망 계정을 통해 미군이나 미국의 군 관련 기관이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을 체포했다는 기사는 허위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를 쓴 스카이데일리 허겸 기자는 KBS에 “(안씨와) 여러 소스 중 한 분으로 소통한 사실이 있다”며 “이번 취재는 전·현직 국내외 정보기관 취재원들과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현지 취재원들이 참여해 첩보를 선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허 기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당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과거 안중근 의사 후손, 미군 소속 주장하며 네티즌들과 ‘배틀’

안씨는 이미 오래전 믿기 힘든 주장을 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악명을 떨쳤다.

2011년 안씨는 게임 커뮤니티인 ‘루리웹’에 안 의사가 자신의 증조부이며 아버지는 예비역 대령이라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미군 군복을 입고 국립서울현충원의 참전 용사 묘역을 참배하며 논란을 불렀다. 당시에도 자신이 미군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미군 사칭에 관해서는 그냥 메소드 연기를 하는 코스프레어 정도로만 기억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하고, “결론은 저는 직계가 아닌 게 맞다”며 안 의사 증손자 주장을 철회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루리웹에서 한 때 안현성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악명이 자자해서 지금까지도 커뮤니티 출범 이래 최고의 ‘빌런’(악당)으로 꼽힌다. 루리웹에서 안씨와 관련된 글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지만, 그의 이름과 활동에 대한 흔적은 남아 있다.

안씨는 2018년엔 대한애국당 소속으로 서울 강남구 구의원에 출마했다. 당시 선거 포스터에 기재된 약력엔 서울 장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것으로 표시됐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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