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74〉인공지능 테크노스트레스

2025-05-01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따라잡는 속도를 훌쩍 넘어서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AI 기술에 관한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탄성을 질렀지만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 학술적으로는 이러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테크노스트레스라고 부른다. 디지털피로, 기술불안증, 정보과부하 등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테크노스트레스에는 기술과부하, 기술불확실성, 기술의존, 기술복잡성, 기술에 의한 사적영역 침해 등이 포함된다. 기술과부하는 주어진 시간에 처리해야할 정보나 배워야할 기술이 너무 많아서 생긴다. 챗GPT가 돌풍을 일으킨지 2년반이 지난 현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생성형 AI가 너무 다양해져서 우리가 제대로 AI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AI서비스를 돌려보고 가장 적당한 답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필자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일반인들도 AI 큐레이션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도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트렌드가 있어서 강의시간에 낡은 지식을 전파하고 있는건 아닌지, 작성하고 있는 논문에 사용된 기술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술이 이미 나와있는데 놓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이렇게 뒤처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느끼게 되는 압박감을 기술불확실성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기술발달로 인한 일자리 상실 불안까지 기술불확실성에 포함시켜 다룬다.

기술복잡성이라는 개념도 있는데, AI와 같은 최신 기술은 다양한 기술의 융합이 낳은 결과물이며, 개인이 이러한 융합 기술의 메커니즘을 두루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해져버렸음을 의미한다. 복잡한 기술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 마치 블랙박스에 어떤 내용물이 있는지도 모른채, 그 박스가 토해내는 산출물을 이용하면서 생기는 불안감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복잡한 기술을 쉽게 요약해 주는 정보를 접한다 해도 여전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나의 일상 안에 범람하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우리 주위에는 스마트폰을 단순히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감까지 느끼는 단계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스마트폰에 분리불안을 느끼는 현상은 기술의존증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젠 대학교에서도 모르는 개념을 접하거나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무작정 AI부터 뒤지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문제를 곰곰히 생각하며 교정을 산책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묻거나 도서관을 방문하는 지적 모색의 시간이 사라져가는 것이다. 이러한 모색의 시간이야 말로 성장의 순간이며 지성이 발달하는 모멘텀이다. 기술의존증은 진정한 지적 고찰과 성장을 방해하는 괴물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테크노스트레스에는 사적 영역에 대한 침범이 포함된다. 가족의 신상정보, 사생활이 첨단기술에 의해 여과없이 노출되는 현상이나 즐겁게 여가시간을 보내는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 의해 소셜미디어에 올려졌을 때 느끼는 불쾌함 등이 그 예가 되겠다. 나에게 동의도 받지않고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정보를 다른 이가 소지하거나 공유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침해에 대해 개인이 추적하거나 예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한 번 피해자가 되면 그 피해는 급속도로 전 세계에 확대되기도 한다. 피해자 개인은 자신의 피해를 보상받거나 가해자를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정부와 시민 사회는 이러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이상 언급한 테크노스트레스는 앞으로를 살아갈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잘 관리하고 통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관리와 통제의 주체는 다소 복잡하다. AI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개인, 가족, 지역사회, 정부와 시민사회가 모두 나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첨단 기술 수용이 느린 기성세대에 대해서는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세대간 장벽이 테크노스트레스로 인해 더 견고해 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새 정부가 관심을 가져볼 사안이기도 하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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