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세상을 바꿉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현장 안에서 일어납니다. [TECH온앤오프]는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이전’과 ‘이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유즈 케이스 기반 스토리텔링 시리즈입니다. 기술 도입 전의 고민과 한계, 도입 과정 그리고 변화 이후의 놀라운 성과까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기술이 어떻게 경험을 바꾸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러한 가치를 TECH온앤오프에 담아봤습니다.
[세줄 요약]
1. 산불 대응 한계 뚜렷 – CCTV 중심 감시로 초기 감지 실패, 대형 피해로 이어져
2. AI 감지 기술 확산 – 알체라·Dryad·Pano AI 등, 엣지·드론·위성 결합 조기 감지 시스템 도입
3. 골든타임 확보 가속 – 수초~수분 내 자동 경보, 피해 면적 축소·대응 효율성 대폭 개선
산림 보호의 최전선, AI가 불을 막는다
갈수록 잦아지는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국토의 회복력을 위협하는 현실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 산불 피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만 수십 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에는 경남, 경북, 강원 지역에서 국가재난급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며 직접적인 피해가 체감되고 있다.
이제 이 화마를 막기 위한 최선의 대응책으로 AI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AI 기반 산불 감시 시스템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 독일, 호주 등 여러 국가는 드론, 위성 영상, 엣지 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산림 관리 방식에도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OFF : 놓치는 순간, 수천 헥타르가 사라진다
기존 산불 대응 체계는 감시초소, CCTV, 인력 순찰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한국처럼 산악 지형이 복잡하고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수동적인 방식으로는 빠르게 번지는 불길을 감당하기 어렵다.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진압이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CCTV 영상 분석은 사람이 일일이 관제하는 방식이었고, 연기나 불꽃도 이미 번지고 난 후에야 눈에 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늦었다.
그 결과 의성, 산청, 울산, 안동, 양양 등에서 3월과 4월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고, 다수의 인명 피해는 물론 문화재 손실과 생태계 파괴 등 수많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ON : AI, 사람보다 먼저 불꽃·연기를 감지한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기업 알체라(Alchera)는 비전 AI 기반 산불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CCTV 영상에서 연기나 불꽃의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며, 이상 징후 발생 시 관제센터와 지역 담당자에게 즉시 알림을 전송한다.
해외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이 더욱 활발하다. 독일 스타트업 Dryad Networks는 태양광 기반 IoT 센서와 AI를 결합해 숲속의 가스 농도 및 온도 변화 등을 감지하고, 드론을 띄워 연기 여부를 확인하는 ‘Silvanet’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이 기술은 유럽 내 여러 국가의 국립공원에 도입되어 사용 중이다.
미국의 Pano AI는 360도 카메라와 머신러닝 기반 분석 기술을 통해 불꽃과 연기의 징후를 자동 인식하고, 실시간 대시보드로 정부 및 소방당국에 정보를 전달한다.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약 2천만 에이커에 달하는 산림을 감시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OroraTech는 위성 기반 산불 감지 기술을 선보이며, 지구 전역의 열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호주의 exci는 AI를 통해 연기 패턴을 학습해 5분 이내에 95% 이상의 산불을 감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산불 예방을 위한 골든타임, AI로 확보한다
이들 시스템의 공통점은 단 하나, ‘골든타임’ 확보다. 산불이 대형화되기 직전까지의 몇 초~몇 분 이내에 연기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통보하는 구조는 피해 면적을 줄이고, 대응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반이 된다. 또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을 병행한 기술은 오지나 통신이 취약한 지역에서도 감시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과거에는 산불로 인한 연기나 불꽃을 사람이 보고 신고했다면, 이제는 AI가 미리 감지하고 예측하여 막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AI 기반 산불 예방 사례는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자연재해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기술 혁신의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결국 사람이 만든 AI가 사람을 구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