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19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순직 해병대원 사건(채상병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의향을 묻는 공문을 송부했다. 국민의힘이 완강히 반대하는 중이라,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의장실과 민주당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 오후 양당에 순직 해병대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의향서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여할 의원 명단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의장실 관계자는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꾸준히 있었고, 이에 대해 의장이 고민 끝에 특위 구성 요청서를 송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문에는 국정조사 목적과 방식, 참여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때부터 순직 해병대원 국정조사를 요구해왔다. 21대 국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이 무산되자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지난 6월 다시 국정조사 요구서를 내고 여당에 합의 처리를 촉구해왔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한 특검법도 지난 7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자 야권에선 “국정조사라도 하루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법을 두 차례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의 반대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시간은 계속 지나가는데 국정조사마저 계속 미룰 수는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국정조사로 진실을 밝히고 채 해병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하는 게 국회 책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11월은 김건희 특검의 달로 만들고, 12월은 해병대원 국정조사에 대한 여야 합의를 바라는 국민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달로 만들자는 요청 있었다”고 전했다.
국정감사ㆍ조사법에 따르면 국회는 재적의원 4분의1 이상의 요구에 따라 특별위원회나 상임위원회에서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조사특위를 구성하거나 상임위에 회부해 조사위원회를 확정한다. 그러나 그간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강하게 반대하자 우 의장도 “여야 합의 없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상임위에서도 청문회를 깊이 있게 했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 의장은 최근 주변에 “사건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요구가 크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올해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선 순직 해병대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꾸준히 6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로썬 여당은 국정조사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라 조사특위는 교섭단체 의원 수 비율에 따라 구성하지만, 특정 교섭단체가 조사에 참여하기를 거부할 경우 해당 정당의 의원은 제외할 수 있다. 이 경우 야당 단독으로 조사특위가 구성될 수 있다. 국정조사 제도 도입 이후 여야 합의 없이 국정조사가 진행된 경우는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가 유일하다. 당시엔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와 자유민주연합이 야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을 배제하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