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형마트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과 영업제한 등에 대한 대통령 후보자들의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대형마트가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행법은 매월 둘째·넷째주 공휴일 대형마트는 휴무해야 하며 평일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아직까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등 모두 유통법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선 공약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새 정부 출범에 따라 희비는 엇갈릴 수 밖에 없다.
대형 마트는 고물가시대 소비침체는 물론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공세 등을 이겨내기 위해선 유통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 살리기와 소상공인·영세상인 보호를 위해라도 최근 바뀐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팬데믹을 기점으로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유통시장의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대 오프라인의 싸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대형마트 매장이 여가와 휴식공간으로 달라진 점도 더이상 전통시장과 대척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강조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복합 상권을 조성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는 연구결과만 봐도 설득력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산업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자 주변 상권 평균 매출이 3.1%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또 지난 4월 한국경제연구원은 130만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 오히려 전통시장 매출이 함께 줄어 들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이 아닌 이커머스에서 쇼핑을 했다는 해석이다.
현재 이마트는 전체 156개점(이마트 133개점, 트레이더스 23개점) 가운데 63개점(이마트 52개, 트레이더스 11개)이 평일에 휴업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전체 111개점 중 39개점이, 홈플러스는 126개점 중 50개점이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문을 닫고 있다.
대형마트가 대선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보다 강력한 규제를 포함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민생분야 20대 의제’에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은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평일에도 휴업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또 전통시장 반경 1㎞내 SSM(대형 슈퍼마켓)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를 5년 연장하는 법을 발의했다. 대형마트의 지역 협력 이행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 내놨다.
반면 국민의 힘은 규제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유통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든 요즘 전통시장과 지역사회 상권까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한 때”라면서 “주말 가족과 함께 마트와 전통시장에서 쇼핑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편익을 위해서라도 유연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사태처럼) 대형마트가 위기를 맞으면 공휴일과 평일 휴무논의는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면서 “유통법 존폐여부를 떠나 여야 대선 후보자들은 침체된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