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에 ‘밉보인 죄’

2025-02-26

권력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이다. 기업이나 조직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상당수가 권위주의 정권 때 음으로 양으로 특혜를 받아 성장했다. 반면 재계 순위 7위이던 국제그룹은 전두환 정권에 밉보여 삽시간에 공중분해됐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권력은 누군가를 끌어줄 수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살생부란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인치가 법치를 압도하는 후진적 사회일수록, 사유화된 권력일수록 그 정도가 더하다.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정권의 실질적 1인자라는 말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상당수 사람들이 ‘그래도 설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보니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김 여사를 등에 업고 잘나간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명태균씨 주장과 통화 녹취록을 보면, 김 여사는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5월 창원 의창의 보궐선거 공천을 받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뿐인가. 2024년 총선 앞엔 김 전 의원에게 ‘김상민 전 검사의 (창원 의창) 당선을 도우면 장관이고 공기업 사장이고 시켜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김 여사에게 밉보여 낭패를 본 이들도 있다. ‘윤석열 사단’ 검사들로 승승장구하던 서울중앙지검의 옛 지휘라인은 김 여사를 검찰청으로 부르겠다고 했다가 뿔뿔이 흩어졌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식물 총장으로 전락해 초라하게 퇴임했다.

‘검사 위에 여사’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발간한 책에서 공개했다. 법무부 장관 재임 중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내정됐을 때 대통령실 비서관이 전화해 ‘장관직 사퇴하고 비대위원장도 맡지 말라’는 윤석열의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가 ‘김 여사 특검을 총선 이후에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에 말한 걸로 오해한 거였다. 그 후 한 전 대표가 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김 여사가 문자를 보내왔다. ‘잘못 알았다. 미안하다. 사퇴 표명 없던 일로 해달라’는 거였다고 한다. ‘김건희 특검’ 발언 여부에 따라 집권여당 대표, 법무부 장관 자리가 왔다 갔다 한 것이다.

김 여사의 후견인인 윤석열의 12·3 내란 실패로 ‘여사공화국’의 정치적 시효는 다했다. 이제 법적 시효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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