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안테나를 세워라"...삼성에 충고한 역대 산업부 장관들

2024-10-14

"안테나 기술 취약하거나 잘 보지 않으면 문제"

"산학연 장벽 낮춰 100만 대군 상대해야"

"내부 자금으로 새 생태계 만들어야"

느슨한 조직문화 개선에도 한 목소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반도체 산업 위기 타개를 위해 모인 전직 산업부 장관들이 삼성전자에 '기술 안테나'를 세우라고 충고했다. 인공지능(AI) 시대 개막을 제때 예상하지 못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려난 최고 경영진들의 전략 실패를 꼬집은 발언이다. 지금까지 성공에 취해 느슨해진 조직문화 개선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14일 서울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에서 삼성전자가 처한 복합 위기와 관련된 질의에 전 장관들의 충고와 조언이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전 장관들은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할 저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은 공통적으로 밝히면서 조심스럽게 개인적인 의견들을 내놨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지금 삼성전자의 상태를 '감기'라고 진단하며 '폐렴'이 되지 않도록 지금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PC·모바일 시대에서 AI시대로 진입하면서 일종의 환절기가 왔다"며 "이 때 적응을 못하면 감기 증상을 앓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의 삼성전자의 취약점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꼽았다. 그는 "고도의 발달된 소위 '기술 안테나'가 필요하다"며 "안테나 능력이 취약하거나 안테나를 잘 보지 않으면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테나를 높게 세우고 주위에 어떤 기술들이 자라나고 있는지, 경쟁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계속 서치하면서 그 중에 좋은 기술은 받아들이고 또 M&A를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은 "실질적인 유의미한 산·학·연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100만 대군이 항상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며 "누가 어떤 전략으로 자기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고 어떻게 협력하고 뭉치느냐가 이 같은 패권 경쟁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앞으로 기술들은 한 회사가 다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며 "회사와 연구소, 대학 사이 장벽을 낮춰 소통하고 협력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삼성의 위기와 인텔의 위기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텔은 현금이 말랐고, 삼성은 엄청난 현금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는 생태계 싸움"이라며 "내부 유보 자금을 가지고 하루빨리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직 문화 개선도 꼽았다. 윤 전 장관은 "지금처럼 머물러 있다면 누가 그 생태계 안에 들어오겠냐"고 꼬집었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삼성전자가 D램의 성공에 오랫동안 안주하면서 조직 긴장도가 떨어져 있지 않나"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 상태가 "삼성한테는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내부적으로 정비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사업과 계획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반성하며 도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부회장)이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 부회장은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며 사실상 '초격차' 경쟁력 상실을 인정했다. 지난 10일 실망감이 반영된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1년7개월 만에 6만원선이 붕괴, 5만원대로 내렸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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