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남태평양 팔라우-블루코너 상어의 먹이 사냥

2025-09-16

적도 인근 팔라우 해역은 300여개의 아름다운 섬과 푸른 바다로 펼쳐진,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2018년 팔라우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인 ‘블루코너’를 찾았다.

수심 20m 지점, 수중 언덕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몸에 부착한 등산용 카라비너에 연결된 갈고리를 암초 틈에 고정하고, 까마득한 해저에서 치솟아 오르는 거센 상승 조류를 버티고 있으니, 심해로부터 유유히 올라오는 상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평화롭게 헤엄치던 수만 마리의 물고기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퍼져나갔다. 물고기 떼 사이로 잠입해 들어간 상어는 먹잇감을 고르는 듯, 한참을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턱을 아래로 당기며 몸을 잔뜩 수축시켰다. 상어가 턱을 당긴다는 것은 앞으로 튕겨 나가기 직전의 예비 동작이다. 이를 눈치 챈 물고기 떼가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동시에 지느러미를 퍼덕이며 내는 ‘윙~’ 하는 진동음은 물속을 가르며 공포의 파장처럼 귀에 남았다.

결국 상어는 그중 한 마리를 낚아채더니, 만족한 듯 심해로 돌아가고 살아남은 물고기들은 동료의 희생을 담보로 다시 제자리를 찾아 무리를 이루었다. 언제든지 상승 조류를 타고 상어가 돌아오겠지만, 물고기들은 떠나지 못한다. 상승 조류에는 포식자 상어뿐 아니라 그들을 생존할 수 있게 하는 풍부한 플랑크톤도 함께 올라오기 때문이다. 자연의 먹이사슬은 이렇게, 숙명적으로 되풀이된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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