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죄가 되는 사회,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종교칼럼]

2025-12-16

우리 사회는 지금, 신앙을 ‘죄’로 규정하려는 위험한 경계선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특정 종교를 향한 시선은 마치 범죄를 단죄하려는 듯 매섭기만 하다. 교리의 절대성을 내세운 폐쇄성, 지도자의 권위와 결합된 강력한 조직 중심 구조, 정치권과의 교류를 통한 영향력 행사, 심지어 종교적 이상을 국가 정책이나 대형 개발 구상과 결부시키려 했다는 평가들까지, 이 모든 서사가 쌓여 특정 종교를 향한 강력한 고정관념이자, 때로는 집단적 낙인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다양한 매체와 담론을 통해 재생산되며 하나의 굳어진 이미지로 소비된다.

물론 이러한 인식이 무조건 허구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건들도 있었고, 합당한 비판이 필요한 지점들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비판이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해당 종교 전체를 죄악시하는 고정된 이야기로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때부터 사실과 맥락을 따지는 냉철한 논의는 사라지고, 이미 결론이 정해진 듯한 ‘집단 심판’에 가까운 분위기가 조성된다.

신앙이 사회적 해악을 낳을 때, 그것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 비판이 신앙 자체를 본질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규정하고, 신앙 공동체 전체를 죄인의 위치에 세우는 단계로 확장될 때, 단지 비판에 머물지 않고 ‘배제와 혐오’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비판과 낙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 사회는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공포와 증오의 언어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경계가 흐려질 때 논쟁은 손쉽게 왜곡된다. 한일 해저터널 논의가 좋은 예시이다. 이 사업은 막대한 예산과 기술적 난제, 외교·안보적 파급 효과를 동반하는 초대형 공공 인프라 구상이다. 따라서 그것의 실현 가능성과 바람직함에 대한 판단은 철저히 공공 정책과 국가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의는 종종 특정 종교의 교리 해석이나 세계관 문제로 곧바로 환원된다. 공공의 사안을 둘러싼 논의가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이단 심문’으로 변질되는 순간인 것이다.

종교적 동기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제안이나 구상이 자동적으로 공공성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평화, 인권, 복지, 교육의 영역은 종종 종교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제안과 제도로 이어져 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기의 순수성을 입증하는 일이 아니라, 그 제안이 과연 공공의 기준과 사회적 합의를 통과하는가 하는 점이다. 논쟁은 바로 그 지점에서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종종 생략한다. 대신 특정 종교라는 이유만으로 의심의 강도를 높이고, 그들의 정치권 접촉이나 사회적 활동 자체를 부정적 프레임 속에 가두려 한다. 그 결과 사안별 판단은 실종되고, ‘그 종교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비합리적인 공식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비판이라기보다 집단적 배제에 가깝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간과되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그 종교를 믿는 평범한 신도들이다. 이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실하게 일하고, 세금을 내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논쟁이 격화될수록 이들은 개별적인 시민이 아니라, 비난의 대상이 되는 집단적 이미지의 일부로 취급당한다. 급기야 ‘종교 해산’과 같은 극단적 공포의 언어가 공공연히 오르내리는 현실은, 비판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부산의 작은 판잣집에서 시작된 한 종교가 70여 년 만에 세계 190여 개국으로 확산되었다. 종교 간 화합을 위한 국제회의, 평화 담론의 장을 열어온 수많은 포럼, 국제적 평화상 제정, 기후와 식량 위기 대응, 교육·의료 사업, 전통문화와 민족 정체성을 알리는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교단이 세계 무대에 남긴 족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종교는 여전히 교리 논쟁이라는 좁은 틀 속에서 ‘사이비’에 가까운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된다. 이것이 과연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해야 할 성숙한 민주사회의 태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신앙을 명분으로 한 위법과 폭력, 인권 침해는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단호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신앙 그 자체를 죄로 만들어버리는 사회는 결국 자유와 관용의 토대를 스스로 허무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민주사회는 불편한 신념과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동체이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치는 특정 종교의 무오류성이 아니라, 합리적인 비판이 무분별한 증오와 배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기준인 것이다. 신앙이 죄가 되는 순간, 그 사회는 더 이상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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