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멀쩡한 문헌인 양 언급했을 땐 그런가 했는데, 대통령실∙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광복회까지 엄호하는 걸 보며 8년 전 씁쓸함이 되살아났다.
문재인 정부 조각 때인 2017년 ‘유사역사학’ 경도로 질타를 받던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그와 얽힌 하버드대 교수였던 역사학자 마크 바잉턴의 사연이다. 2016년 말 하버드대 연구 지원(한국 고대사 프로젝트)이 종료됐는데, 프로젝트에 관여하던 바잉턴이 2013년 저서에서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고 주장한 게 빌미가 됐다. 일부 국회의원이 종료를 압박했고 도 후보자도 한 명이었다.
대통령의 위서 '환단고기' 언급에
광복회서 "담대한 상고사" 두둔
정치권 유사역사학 흐름 드러내
후보자 도종환은 “유사역사학 추종이 아니다”고 했지만, 장관 도종환은 “올바른 민족의식을 가진 분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역사학 성향을 부정한 건 응변(應變)이었을 것이다. 당시 바잉턴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는데 이런 말을 했다.
“도 후보자는 이종찬∙이덕일씨와 같은 국수주의적 유사역사학 옹호론자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나는 유사역사학이 사회를 감염시키는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비합리성∙종족중심주의, 공포심 조장에 기반해 적을 규정하고 암시와 협박∙인신공격∙위증을 통해 공격한다. 이들은 대개의 훈련된 학자라면 의당 하는 합리적 접근법이나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종의 음모론자들과 유사하다. 사회마다 이런 존재들이 있다. 대부분 성가시긴 해도 위해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정부 지원을 받는다면 민주사회를 위협하는 진정한 위협이 된다.” “이덕일씨 등은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생각에 ‘식민사관’ ‘동북공정’과 같은 레이블을 붙이곤 한다. 그렇다는 사실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 추종자들이 레토릭이 주는 감정적 충격에 영향받기 때문이다.”

실제 이덕일씨는 도 후보자를 비판한 한국고대사학회를 향해 “식민사관 카르텔이 나섰다”고 비난했다. 이번에 대통령실이 동원한 논리도 유사하다. 친일∙위안부∙독도 등을 언급하며 “제대로 된 역사관”을 말했다. 이종찬의 광복회도 “보다 넓고 담대한 고대사” 운운하며 대통령의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했다. 어디가 카르텔일까.
바잉턴은 이들의 ‘위대한 상고사’ 욕구에 대해 “중국·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려는 것일 텐데 기분 좋으려고 믿겠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유사역사학 견해를 강제한다면 민주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했다.
아이러니한 건 멀쩡한 연구자들은 유사역사학의 뿌리를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대아시아주의’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건국 당시 일부 세력이 이를 후원했고, 이젠 진보 진영으로까지 퍼졌다는 것이다. 역사학자 기경량은 “역사학계는 1970~80년대 유사역사학자들이 주도한 몇 차례의 역사 파동을 거치며 그들이 논리와 대화로는 설득이 불가능한 집단임을 깨달았다. 이에 그들의 도발을 무시하는 전략을 취하게 됐다. 역사학계가 방치하는 동안 유사역사학자들은 끊임없이 대중화 작업에 집중하였고 결국 이들의 주장은 일반에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말았다”(‘한국 유사역사학의 특성과 역사 왜곡의 방식’)고 했다.
정치권에서 주춤하던 유사역사학이 부각된 건 박근혜 정부에서였고, 중·일의 역사 왜곡에 맞서기 위해 꾸려진 국회 동북아특위도 이들의 무대가 됐다는 것이다. 도종환∙바잉턴 일화의 배경이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다시 끌어냈다. 대통령실에선 보수 성향의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고대사에 관심을 가지란 취지였다고까지 해명하던데, 왜 그런 예를 들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유사역사학 카르텔’도 만만찮다는 걸 보여줄 의도였다면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민주사회의 역사관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역사’를 열린 마음으로 해석하는 일”(임지현 서강대 석좌교수)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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