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널 지켜주는 슈퍼맨이라 했는데”···대전 초등생 빈소 ‘울음바다’

2025-02-11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학교 관계자 등 조문 이어져

“어떤 부모가 안심하고 학교에 자녀 보내겠나” 오열

추모 발길 이어진 초등학교 앞에 국화꽃 등 놓여져

“아이에게 항상 얘기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부르면 조심해야하지만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학교 선생님만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라고….”

11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김하늘양(8)의 빈소가 마련된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앞에 선 하늘양 부친이 울분을 토했다. 빈소엔 해맑게 웃고 있는 영정이 놓여져 있었다. 빈소 옆엔 하늘양이 평소 좋아했던 검은색 점퍼가 걸려있었다.

김하늘양의 부친은 “앞으로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자신이 없다”며 “2월8일은 아이 할머니, 2월9일은 아이 동생의 생일인데 앞으로 아이 동생의 생일은 어떻게 챙겨줘야하나요”라고 울먹였다.

그는 “가장 안전하다는 학교 안에서 선생이 학생을 살해하는데, 그 어떤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로 보낼 수 있겠나”라며 “정부 관계자들은 저의 아이가 겪은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심신미약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지 않게 하는 법을 만들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식을 잃은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이제는 별이 된 아이가 천국에서라도 자유롭게 뛰어놀기를 기도해주는 것 뿐”이라며 “하늘에서라도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 20여명이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빈소는 울음바다가 됐다. 영정을 바라본 조문객들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침통한 표정을 지은 일부 조문객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말없이 흐느꼈다.

조문객을 맞은 부친은 “친구들이 아이를 잊어버리지 않게 책상에 국화꽃을 놓아주길 부탁드린다”며 “평소 아이와 친했던 친구들의 충격이 많이 클텐데, 선생님들이 애기들을 잘 보살펴주세요”라고 말했다.

하늘양 모친의 손을 잡으며 오열한 한 조문객은 “내가 계속 데리고 있었어야 했는데…”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늘양의 할아버지는 “굉장히 순했던 아이는 내게 인형과도 같았고, 저를 닮아 미술을 좋아해 무언가를 빚는 걸 참 좋아했다”며 “교사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엄한 처벌을 피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4~5년만에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긴급 휴업한 초등학교 앞에는 추모를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학교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초등학교 앞에는 국화꽃과 인형, 과자 등이 놓여 있었다.

초등학교 앞에서 18년간 분식집을 운영해온 김모씨(73)는 “가게 문을 닫을 즈음에 갑자기 앰뷸런스 두 대가 지나가는 걸 보곤 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동네 분이 쓰러져 출동한 줄 알았다”며 “과학수사대 글자가 새겨진 경찰차도 연이어 지나가면서 동네에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하늘양은 전날 오후 5시50분쯤 학교 안 시청각실 창고에서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쓰져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 역시 흉기에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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