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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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만 일대 韓 경제 중심지 ‘베이밸리 메가시티’ 충남 북부 5곳·경기 남부 5곳 10대 프로젝트 설정 2050년까지 사업비 32조8천억원… 정부 지원 필수 4차 산업분야 집중 육성… 한국산 실리콘밸리로
④ 中 선전·英 테크시티, 핵심은 '클러스터 효과'
작은 어촌 마을에서 고층 빌딩이 즐비한 화려한 도시로 변신한 중국 광둥성의 선전시와 빈민가에서 유럽의 첨단 기술 중심 허브로 자리매김한 영국 테크시티의 공통점은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발전 속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같은 분야의 기업들이 한 지역에 모여 상호 협력하고 경쟁하며 발전을 도모하는 '클러스터 효과'는 이들 지역의 성장을 견인했다. 경기-충남의 혁신벨트로 자리매김할 '베이밸리 메가시티' 역시 클러스터 효과를 통해 보다 탄탄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있다는 점에서 앞선 두 도시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아이디어에서 생산까지 한 곳에서 가능한 '선전'
선전시에는 현재 약 400만개의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화웨이(Huawei), 텐센트(Tencent), BYD, DJI 등 세계적인 IT 대기업들의 본사가 있고, 1만1천개 이상의 첨단 기술 스타트업들도 활동 중이다. 뿐만 아니라, 생물, 의약,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각종 전략 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만 올해에도 859개에 달하는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며, 총 투자액은 3조6천289억 위안(한화 약 685조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시작한 선전시는 개혁 개방 정책을 통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선전은 '세계의 공장'에서 '기술 혁신의 메카'로 변신할 수 있었고, 지금은 중국의 기술 허브로 자리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속적인 정부 지원이 있었다. 선전시 정부는 세금 혜택, 창업 지원,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했고, 이렇게 성장한 대기업들이 다시 자본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고도화된 제조업 클러스터 역시 선전의 발전에 큰 몫을 차지한다. 모듈화된 제조과정은 부품 확보부터 최종 제품생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선전에서 창업을 원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나 화창베이 등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이를 ODM(제조자 개발생산) 기업들을 통해 설계한 뒤 폭스콘(Foxconn)과 같은 대규모 공장을 통해 양산을 진행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선전에 있는 여러 창업보육센터(인큐베이터) 역시 스타트업들의 빠른 성장을 돕고 있어 선전은 '창업자들의 도
시'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 유럽 최고의 IT 허브 '테크시티'
영국 런던의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와 쇼디치(Shoreditch)를 중심으로 형성된 테크시티(Tech City)에는 현재 7천개 이상의 신생 기술 기업들이 활동 중이다. 이 수치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특히 이들 기업 중에는 핀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Monzo(몬조), Revolut(레볼루트) 등이 본거지를 두고 있고, AI 관련 스타트업들의 성과 역시 두드러진다. 덕분에 영국의 전체적인 테크 산업 역시 성장하면서 유럽 1위는 물론,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로 성장하기까지 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몰려들던 공장지대가 환골탈태 수준으로 바뀐 건 지난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발표한 '테크시티' 조성안이 그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의 서울 구로공단과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영국은 기존 건물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고, 상권도 만들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은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갖춘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유럽 최고의 IT 허브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화를 만들어냈다.
테크시티 역시 선전과 마찬가지로 클러스터 효과가 두드러진다. 핀테크, 인공지능, 사이버 보안, 크리에이티브 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빠른 기술 발전을 이끌어낸 덕분에 개별 기업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산업 전체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영국 런던에서 매년 개최되는 유럽 최대 규모의 기술 축제인 '런던 테크 위크'는 전 세계 기술자들이 몰려들어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갖는 한편, 인재를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한국판 실리콘밸리' 베이밸리 메가시티 성공 여부는…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협력해 아산만 일대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선전이나 영국의 테크시티와 비슷한 점이 많다. 결국 성공 여부 역시 앞선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인접 산업간의 클러스터를 조성해 성장 규모와 속도를 향상시키고, 정부의 일관된 정책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현재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충남 북부 5곳(천안·아산·서산·당진·예산)과 경기 남부 5곳(평택·안성·화성·안산·시흥) 등 10곳을 중심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소경제 등 4차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를 위해 10대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핵심 사업도 구상했다. 문제는 2050년까지 투입될 32조8천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사업비다. 정부의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대규모 자본 조달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충남연구원 측은 "베이밸리 프로젝트는 특정 권역을 대상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공공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비즈니스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정부 재정 뿐 아니라 민간 자본 투자 또는 참여가 성공에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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