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00명 학살, 하마스 없애야" "그래도 전쟁 안돼" [이스라엘 참사 마을 르포]

2024-11-24

‘쿵.’ 어디선가 들려오는 포성에 주변 공기가 진동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자가 방문한 이스라엘 남부의 베에리 키부츠(집단 농장)는 참사 뒤 1년여가 지났지만 집집마다 사망자와 인질 사진을 걸어 두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부터 5km 떨어진 이 마을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의 기습 공격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1300명의 주민이 살던 이 마을에서 102명의 주민이 학살됐고, 40명이 납치당했다.

아이얼레트 하킴은 생존자 중 한 명이다. 다른 가족들은 방공호로 대피해 무사할 수 있었지만, 언니와 형부가 인질로 붙잡혔다. 언니는 협상 끝에 풀려났지만, 형부는 여전히 하마스에 억류돼있다. “하마스가 (대피했던) 방공호에 들어오려고 했어요. 저희 남편이 17시간이나 손잡이를 붙잡고 숨어있었어요.” 하킴은 가족들의 사연을 전했다. 하마스가 쓸고 간 마을 거리는 불과 연기, 시체로 뒤덮였다고 한다.

“저 집이 보이죠? 아이 두 명만 살아남았어요. 하마스가 집에 불을 질렀어요. 불길을 피해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가족들을 총으로 쐈죠. 아버지와 어머니, 두 형의 시체에 덮혀 있던 덕에 12살과 10살짜리 사내애들이 목숨을 건졌어요.”

가자지구 국경을 사이에 둔 이스라엘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은 원래 이웃이었다. “옛날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우리 키부츠에 일하러 왔어요. 우리끼리 돈을 모아 새해 전날 보내기도 했어요. 그렇게 팔레스타인인들을 돕던 한 명도 (지난해 10월7일) 죽었죠.” 그래도 하킴은 평화를, 전쟁 중단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난 전쟁엔 반대해요. 평화가 있었다면 10월7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다른 이스라엘인들도 하킴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퇴역군인 출신의 오퍼 쉬멀링은 “절멸시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할 오즈 키부츠가 운영하는 농장으로 기자를 이끌고 간 그는 가자 국경 너머 팔레스타인 마을을 가리켰다. 500m가량 떨어진 스자리야 마을이 중동의 타는 듯한 햇살 속에서 어른거렸다. 몇십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인들이 휴일에 스자리야 마을로 놀러가는 등 두 마을의 왕래가 흔했다고 한다.

“난 저 놈들을 짐승이라고 부릅니다. 이 곳 키부츠 사람들은 저 짐승들에게 음식을 주고, 병원에 데려가며 도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국경을 넘어와선 사람을 죽였단 말입니다. 협상 따윈 안돼요.” 격앙된 말투와 눈빛에는 분노와 고통, 그리고 배신감이 깃들어있었다. 그가 말하는 ‘짐승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말하는 건지, 하마스를 말하는 건지 모호했다. “하마스는 평범한 일반인이에요. 군복도 입지 않고요.”

이스라엘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대대적인 반격에 성공했지만, 종전 과제인 인질 101명의 생사는 묘연하다.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 역시 양분돼있다.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경제도 장기전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가자지구의 사망자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와 함께, 전쟁 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건 이번 전쟁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극적인 장면이다.

이제 추도장이 된 노바 음악 축제 행사장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의 말에는 이스라엘인들의 혼란한 심정이 묻어났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는 노바 음악 축제 현장을 공격해 364명을 살해하고 40명을 인질로 납치했다. 여성은 “이제는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거 같아요.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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