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55)씨가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있기 약 1년 반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나눈 메시지 캡처 파일 수백개 등을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정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이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시점과 겹친다. 명씨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 자기 구명을 위해 대통령 부부를 압박할 물증을 사전에 모아둔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尹 부부 텔레·카톡 수백개 담긴 ‘명태균 USB’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이 확보한 명씨의 로봇 모양 USB에는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텔레그램·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파일 278개가 담겨 있다. 명씨가 대통령 부부와 통화한 녹음 파일 2개도 저장돼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2일 명씨 측으로부터 일명 ‘황금폰’이라 불리는 휴대전화 3대와 함께 이 USB 1개를 임의 제출받았다.
메시지 파일은 2021년 6월~2023년 4월 대선을 전후해 주고받은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다. ▶공표·비공표 여론조사 제공 ▶유력 정치인 연결 ▶위기 대응 조언 ▶윤 캠프 인선 조언 ▶캄보디아 순방 등과 관련한 대화 내용이다. 녹음 파일은 2022년 5월 9일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김영선(65) 전 의원 공천 문제로 나눴던 통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을 밝힐 핵심 증거로 꼽힌다.

선관위 조사 전후해 ‘압박 카드’ 정리했나
검찰은 명씨의 로봇 모양 USB 속 대통령 부부 관련 파일들의 마지막 수정 날짜가 각각 2023년 4월 14일(녹음), 7월 24일(메시지)인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이 명씨 PC를 포렌식한 결과, 같은 두 날짜에 명씨가 PC에서 USB에 저장된 윤 대통령 녹음 파일을 재생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시기 경남 창원시의창구선관위는 김 전 의원실을 조사 중이었다. 김 전 의원이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선거보전금·정치자금의 수상한 흐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23년 5월 2일 당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48)씨를 처음 불러 조사했다. 강씨를 4~5차례 조사하는 과정에서 명씨와 관계도 캐물었다. 김 전 의원이 강씨를 통해 명씨에게 불법 기부를 했다고 의심해서다.
김 전 의원도 7월 10일 선관위에서 첫 서면 조사를 받았다. 명씨가 강씨 첫 조사가 있기 약 3주 전엔 녹음 파일, 김 전 의원 첫 조사를 마친 지 약 2주 뒤엔 수백개의 메시지 캡처 파일을 USB에 정리한 셈이다.

“외부인과 아무 관계가 없다 말해라”…明 선관위 조사 피해
선관위 조사가 시작되자, 실제 김 전 의원 등이 우려한 정황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23년 5월 16일 김 전 의원은 강씨에게 “내(강혜경)가 회계 담당으로 (김영선) 의원님하고 나하고 자금이 오간 내역이지 외부인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그런 얘기를 계속 반복해서 해”라고 했다.
명씨는 강씨 등이 명씨 관련 진술을 하지 않으면서 선관위 조사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선관위는 23년 12월 13일 명씨와 김 전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제한)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종결하는 대신, 지난해 12월 3일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둘이 공천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주고받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