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하면서 썼던 표현이다. 양두구육은 '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매한다'는 뜻으로 겉은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그 전에는 '봉이 김선달'이 여의도 정가를 뒤덮었다. '윤석열 vs 이재명'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인사를 두고 '봉이 김선달처럼 문화재 보호 목적으로 통행세를 받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화제가 됐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돈을 받고 판다'는 의미였다. 한 때 화제가 됐던 두 표현은 가짜를 진짜처럼 속인다는 의미에서 궤가 비슷하다.
하지만 진짜의 기준이 무엇인지 국민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거대 양당이 모두 치러야 하는 전당대회는 물론 곧 있을 새정부 인사청문회에서도 누가 진짜인지 혹은 누가 가짜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국민 혹은 당원을 위한 봉사자가 되겠다'고 외친 인물들이 실제로는 갑질을 해온 인물인지 알게 되는 것은 대부분 한참 뒤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내세웠던 캐치프레이즈는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었다. 당시 정치권에선 '그럼 그동안은 가짜였나?'라는 반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눈높이를 국민에게 맞추겠다며 이를 강조했다.
결국 진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준을 국민에 맞춰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하고 새롭게 출발한 정부·여당은 승리한 대로,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은 패배한 대로 국민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진짜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 경쟁 속에서 가짜가 판치는 정치는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을 수 없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