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어쩌면 해피엔딩’ 윌 애런슨, “'외로운 로봇' 누구일까 찾으려 했다”

2025-10-30

“한국 음식, 언어, 열광적인 관객 그리고 서울의 풍경까지 모두 사랑합니다.”

미국 토니상 6관왕에 오른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30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공연을 시작한다. K뮤지컬의 새 역사를 쓴 이 작품의 음악을 만들고 박천휴(42)와 함께 극본을 쓴 윌 애런슨(44)은 “첫 공연을 올린 지 10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우리의 놀라운 여정에 함께해준 관객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건, 관객들이 우리 작품을 따뜻하게 안아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10주년 공연 개막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사람을 돕는 로봇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창작의 시작은 박천휴가 애런슨에게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e메일로 보내면서였다.

애런슨은 “휴(hue·박천휴의 영어 이름)가 묘사한 장면은 ‘외로운 로봇이 한밤중에 지하 주차장에서 트롬본으로 혼자 재즈 곡을 연주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메일을 읽은 뒤 ‘이 외로운 로봇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출발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대학로 소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진출해 토니상의 주인공이 됐다. 토니상 수상 후 진행되는 이번 10주년 공연에 쏠리는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티켓 예매가 시작된 50회차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됐다.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애런슨은 “추측할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이 작품은 순수한 열정에서 출발했고, 진심으로 탐구하고 싶은 감정과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며 “어쩌면 그 진정성이 관객에게 전해진 게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또 “관객이 각자의 감정과 경험을 작품에 투사할 여지를 남겨둔 것도 이유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10주년 공연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던 작품과 넘버 구성이 다르다. 애런슨은 ”미국 버전에서는 이야기를 압축하기 위해 한국 공연에 있던 세 곡을 없애고, 두 곡의 새로운 노래를 넣었다“며 ”한국 공연에서 그 세 곡을 다시 들을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애런슨은 박천휴와 함께 한국팬들로부터 ‘윌휴 콤비’라는 별칭을 얻었다. 애런슨은 “휴는 비전이 있는 예술가이며, 감각과 취향이 뛰어난 작가”라며 “대개 작품의 씨앗이 되는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는 것도 휴이고, 창작 과정 전반에 걸쳐 섬세한 감수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뮤지컬 음악을 공부한 그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뮤지컬로 옮긴 ‘마이 스케어리 걸’(2009년)의 노래를 만든 이후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일 테노레’(2023년), ‘고스트 베이커리’(2024년) 등 국내 창작 뮤지컬이 그의 손을 거쳤다. 애런슨은 “한국에서 일하는 게 정말 즐겁다”라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음식, 언어와 열정적인 관객들,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풍경까지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했다.

애런슨은 뮤지컬의 매력에 대해 ”제가 사랑하는 두 가지, ‘이야기’와 ‘음악’을 결합할 수 있다“라며 ”특정한 주파수와 음높이를 조합해 ‘음악’이라는 신비한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이야기 속에 엮어 인물과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은 정말 독특하다“라고 했다. 또 “등장인물들이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이 짜릿하고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애런슨의 창작 욕구는 뮤지컬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는 연극 ‘아마데우스, ‘에쿠우스’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영화계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과 구로사와 아키라의 팬이기도 하다. 애런슨은 “이야기가 바뀌면 도전도 달라진다.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며 “언젠가 시나리오를 쓰거나 영화 음악을 작곡하고 싶다”고 했다.

내년 1월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은 10주년을 기념하는 만큼 그간의 여정을 함께한 여러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2016년 초연에 출연한 김재범과 전미도, 최수진이 무대에 오른다. 2018년 재연에 참가했던 전성우, 박지연과 2021년 공연에 출연한 신성민도 캐스팅됐다. 지난해 프로덕션에 참가한 박진주와 이시안 역시 10주년 공연에 나온다. 정휘, 방민아, 박세훈은 이번 10주년 공연을 통해 처음 이 작품에 합류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