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하러 올 ‘메시아 트럼프’?…극우가 빠진 ‘그들만의 대안세계’

2025-03-18

미국 부정선거론 상징 구호 포함

‘극적 부활’ 소망 종교적 믿음으로

유튜브 채널 통해 여과 없이 퍼져

정치권은 방관하거나 오히려 선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아’(구세주) 역할을 할 거라는 극우층의 기대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구하러 조만간 한국에 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부정선거를 수사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함께 확산 중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극우층의 위기감이 현실 부정과 음모론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모론이 확산할 경우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와 같은 폭력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주요하게 등장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부터다. 구글 트렌드, 네이버 데이터랩 등을 통해 추이를 살펴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 부정선거론을 상징하는 구호인 ‘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춰라)의 국내 검색량이 지난해 12월31일을 기점으로 폭증했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대화방 등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된 지난해 12월30일쯤부터 관저 앞 집회에 해당 구호가 담긴 손팻말을 배포하겠다는 글들이 게시됐다. 영어 문구를 그대로 담아 미국에 호소하려는 뜻이 반영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실제로 이런 손팻말을 들고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글귀가 새겨진 모자를 쓴 채 탄핵 반대를 외쳤다. MAGA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사용한 구호다.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당시 일부 시위자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이 그려진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보수 진영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환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된 후인 2017년 11월에도 친박근혜 단체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박 대통령을 구하러 트럼프가 온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을 편 뒤 재선에 성공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그의 지원을 기대하는 기류가 극우층 사이에서 더 퍼져 나갔다. 한 여권 인사는 18일 “극우, 그리고 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이 극적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 <음모론의 시대>를 펴낸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우가 말하는 트럼프는 실존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성서적 인물에 가깝다”며 “반공주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미국, 보수 기독교 등이 (트럼프 메시아론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그래서 극우층에게 옆집 과일 가게 사장님이 구세주가 될 수는 없다”며 “연극 무대에서 갑자기 하늘에서 쭉 내려와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장치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극우엔 트럼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극우 성향 유튜브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개입할 것이라고 주장해 트럼프 메시아론을 확대재생산했다. 유튜브채널 ‘전광훈TV’는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을 구출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전한길이 트럼프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재임 기간 노벨평화상을 우리 윤 대통령과 나란히 수상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전씨가 연사로 나선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는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며 “극우, 윤 대통령 지지층의 위기감이 음모론으로 표현된 것 같다”며 “유튜브는 진실성 여부보다는 선정성, 자극성이 돈을 버는 데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하기 때문에 더 활발히 가짜뉴스를 유통한다”고 말했다.

음모론을 차단하고 공적 담론에서 배제해야 하는 정치권이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선동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12 대국민 담화 때부터 앞장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트럼프 메시아론의 단초를 제공했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도 부정선거론에 적극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도울 것이란 극우층의 기대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자민 앵글 단국대 한국학과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도우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전쟁 등 여러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 정치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매우 낮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면서 부정선거론을 펼 이유가 사라졌다는 점도 한국 부정선거론에 관여할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로 들었다. 앵글 교수는 윤 대통령의 대북 강경노선이 트럼프 대통령 입장과 차이가 있는 점, 외교를 거래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등도 언급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달 3일(현지시간)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의 지원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를 뒤집을 권력이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메시아론에 기대는 현상이 강화할수록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 교수는 “(트럼프 메시아론은) 극우 또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세상이 본인들의 마음에 맞춰서 움직이지 않으니 기대에 맞춰 현실을 부정하는 해결책을 쫓는 것”이라며 “서울서부지법 사태처럼 폭력적인 방법까지도 불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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