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지난 연말 국내에 개봉된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가상의 미국 내전 상황을 다룬 영화다. 영화는 헌정을 파괴한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정부에 반발해 19개 주가 연방 탈퇴를 선언하면서 벌어진 내전을 그린다.
대통령은 영화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적으로 취급하고 총을 겨눈다. 내 편이 아니라면 바로 적이 되는 숨 막히는 현실, 종군기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비극적인 참상을 목격한다. 영화는 정치 분열과 이념 갈등이 심화되면 어느 때든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전(內戰)은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말한다. 즉 정치 집단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다른 집단에 대해 무력 투쟁을 일으키는 행위를 가리킨다. 내전은 주로 이념, 민족이나 종족, 종교 갈등 때문에 발발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을 때도 발생한다.
내전으로 인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단 전쟁인 만큼 무력 사용에 따른 유혈 사태가 불가피하다. 수많은 인명이 억울하게 희생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적, 사회적 붕과를 초래해 국민들에게 빈곤의 고통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국력이 급격히 쇠퇴하게 됨은 물론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가 둘로 쪼개져 곳곳에서 충돌과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 전반에 이념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극단적인 진영 간 대립구도가 이어지고 있는 게다. 그 과정서 진영 논리에 함몰돼 명백한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왜곡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사람과 만났을 때 정치 얘기가 금물이 된 지 오래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술자리도,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서로 감정만 상하니 아예 안 만나고 안 듣는 것이 낫다는 게다. 생각이 같거나 비슷한 ‘우리 편’만 모이는 일이 잦아진 이유다.
▲12ㆍ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사실상 ‘심리적 내전 상태’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진영 간 갈등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어서다. 광장과 거리, 온라인 가릴 것 없이 연일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간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든 한 진영은 승복하지 않을 태세다. 자칫 헌재 선고에 불복하는 폭력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