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해 고졸 신인 내야수 박지환을 두고 “재밌겠다”는 표현을 썼다. 선수가 가진 재능뿐 아니라 신인인데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좋게 봤다. 박지환은 지난해 76경기 타율 0.276, 4홈런, OPS 0.703을 기록하며 구단과 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올해도 이 감독의 입에서 “재밌겠다”는 말을 끌어낸 당찬 신인이 있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로 SSG 유니폼을 입은 포수 이율예(19)다.
강릉고 2학년 시절부터 청소년 야구대표팀 주전 포수로 활약한 이율예는 특히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이율예는 지명 당시 “먼저 수비 역량을 어필하고 싶고, 방망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율예는 지난해 말 마무리캠프에서 사령탑의 눈에 들었다. 당시 SSG는 젊은 선수 위주로 캠프를 꾸려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이율예, 조형우, 신범수 등 당시 포수조 3명은 곧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에서 열리는 1차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한다.
올해 SSG의 안방을 차지할 가능성이 제일 큰 포수는 베테랑 이지영이다. 다만 이 감독은 이지영과 이율예, 조형우, 신범수 등 젊은 포수들의 경기 수를 조절할 계획이다. 어린 포수들이 감독에게 믿음을 주면 이지영과 절반씩 경기를 맡을 수도 있다.
포수는 공격, 수비뿐 아니라 경기를 읽는 눈과 위기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타고난 것 외에도 경험을 통해 쌓아야 하는 것이 많아 신인 포수들은 보통 긴 수련을 거친다. 반면 이율예는 당장 올해 1군에 데뷔할 수 있는 경쟁 기회를 얻었다.
지난 19일 선수단보다 나흘 먼저 미국 캠프로 떠난 이 감독은 출국 전 “마무리캠프에서 이율예를 봤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며 “많은 운동량을 소화했고, 특히 습득력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성향도 마음에 든다. 연습경기 때 투수가 흔들리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형님, 괜찮습니다’라고 다독이더라”라며 “신인이 선배들에게 그렇게 하는 건 쉽지 않다. 리더십도 있어 보였다. ‘이 친구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장차 ‘국가대표 포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이 감독은 “SSG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좋은 포수로 활약할 자질이 있다”며 “일단 최대한 빠르게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