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SSG 감독은 2024년을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성적에선 아쉬움을 남겼지만, ‘두 마리 토끼’ 중 하나였던 육성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뜻이다. SSG는 곧 ‘부족한 절반’을 채우기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다.
19일 스프링캠프지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로 선수단보다 나흘 먼저 떠난 이 감독은 출국 전 “성적과 육성 모두 지난 시즌보다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SSG는 지난해 KT와 타이브레이커(5위 결정전)에서 역전패를 당해 가을야구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 감독은 “타이브레이커가 끝난 뒤 정신적으로 조금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며 “아쉽고 부족한 한 해였다. 저 자신을 돌아봤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을 했다”고 반성했다.
하지만 ‘빈손’으로 끝난 시즌은 아니었다. 정준재, 박지환, 고명준(이상 야수), 조병현, 한두솔(이상 투수)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감독은 “야수와 투수 쪽에서 젊은 선수들이 등장했다. 아쉽고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선수들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기대 중인 선수들이 성장하면 팀도 ‘지속적인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사령탑으로 데뷔한 이 감독은 성적과 육성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포수 육성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지난해 SSG의 주전 포수는 베테랑 이지영(39)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긴 수비(914.2이닝)를 소화했다. 백업으로 활용하며 경험치를 쌓게 할 계획이었던 조형우(23)는 90.1이닝에 그쳤다.
이 감독은 “이지영이 너무 잘해줬지만, 조형우를 더 믿고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흔들렸던 부분”이라며 “올해는 젊은 포수들이 144경기의 절반 정도를 소화할 수 있게끔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보’ 꼬리표를 뗀 이 감독은 올해 더 과감하게 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베테랑에게 선택권을 줘 최정, 이지영, 한유섬, 김성현, 오태곤, 김민식 등 6명이 일본 가고시마에 1차 캠프를 따로 차리는 것도 이 감독의 새로운 시도다. 우려가 없진 않지만, 젊은 선수들을 미국 캠프에 더 많이 참가시킬 수 있게 됐다. 이율예(포수), 신지환, 천범석(이상 투수) 등 올해 신인 3명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캠프를 이원화한다며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 저는 ‘체계화’라고 생각한다. 구단의 방향성인 ‘리모델링’을 하려면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게 필요하다. 이번 캠프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할 것”이라며 “일본으로 가는 베테랑들은 자율을 준만큼 책임감을 더 느끼고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지난해 부족한 절반을 채우려면 결국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치 화이트, 드루 앤더슨, 김광현 등 3선발까지 갖춘 SSG는 이번 캠프에서 4, 5선발을 찾아야 한다. 일단 4선발은 문승원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고, 5선발은 무한 경쟁이다.
불펜의 경우 김민, 노경은, 조병현에 2023시즌 ‘세이브왕’ 서진용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야수 쪽에선 최정, 박성한, 기예르모 에레디아, 최지훈 등 확고한 주전과 함께 정준재 등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이 올해도 오름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 감독은 “시즌 초중반까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줄 것이다.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한 목적도 있다”며 “후반기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기회가 오면 전력을 다해 5강 싸움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5시즌은 2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은 이 감독 개인에게도 중요하다. 그는 “물론 재계약도 중요하지만, 제가 없더라도 팀이 더 견고하게 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요한 건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와 환경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