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2025년’을 다짐한 두산이 예년보다 빠르게 시즌을 출발한다. 전력 유출이 작지 않은 탓에 남은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하루라도 빨리 본격적으로 훈련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주장 양의지를 비롯해 정수빈, 양석환, 이영하, 김대한, 이병헌 등 선발대 6명의 호주행이 19일이다. 이승엽 감독은 20일 비행기에 오른다. 본대는 24일 출국한다.
이 감독은 투타에서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투수들은 쓸데없는 볼을 줄여 투구 수를 아껴야 하고, 타자들은 삼진 대신 인플레이 타구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약점부터 손보겠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두산은 투타 모두 색깔이 비슷했다. 파워가 돋보였지만 정교함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택연, 최지강, 이병헌 등 젊은 불펜 투수들은 시속 150㎞ 빠른공을 손쉽게 던졌다. 상대와 맞섰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불펜 600이닝(600.1이닝)을 소화하면서도 평균자책점 4.54로 최저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강력한 구위의 힘이었다.
그러나 그런 강력한 공을 가지고도 위력을 극대화하지는 못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낭비하는 볼이 많아 투구 수가 많았던 탓이다. 지난해 두산 불펜 투수들은 이닝당 18.4구로 리그에서 가장 투구 수가 많았다. 제일 적게 던진 KT(16.7구)와 비교하면 공 2개 가까이 차이가 났다. 투구 수가 많으면 던지는 투수는 물론이고 수비하는 야수들까지 지친다.
양의지, 김재환, 양석환, 강승호 등이 포진한 중심타선도 일발장타가 돋보였다. 양석환이 34홈런으로 생애 처음으로 30홈런 고지를 넘었고, 부활한 김재환이 29홈런을 때렸다. 강승호와 양의지가 각각 18홈런, 17홈런을 뒤를 받치면서 팀 150홈런을 쳤다. 똑같이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LG보다 홈런 35개를 더 쳤다.
그러나 두산 타자들은 홈런만큼이나 삼진을 많이 당했다. 리그에서 삼진을 가장 많이 당한 타자 10명 중 3명이 두산이었다. 김재환(168삼진)과 강승호(158삼진)가 삼진 순위 1, 2위에 올랐다. 양석환은 128삼진으로 8번째였다.
홈런도 많고, 삼진도 많은 팀 색깔은 ‘양날의 검’이었다. KIA전 초유의 30득점 경기처럼 방망이가 잘 돌아가는 날이면 화끈하게 점수를 냈지만, 그러지 못한 날은 좀처럼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다. 그런 약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게 하필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 경기였다. KT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산 타자들은 도합 20삼진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과 약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두산은 일단 약점을 보완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약점 보완에 신경 쓰다 잘하던 것까지 놓치는 위험 부담이 없지 않기에 자칫 모험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2년간 모두 가을무대 첫판에서 탈락했고, 이제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올해 역시 더 나은 순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